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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대북 지원-비핵화 연계했던 미국, 이번엔 입장 바꿀까

등록 2019-05-08 21:30수정 2019-05-08 21:50

트럼프 ‘지지 발언’ 직후 비건 방한
이번주 한미 워킹그룹 회의 분수령
세계식량계획 총장도 13일 방한
2017년 800만달러 지원 결의 뒤
미국 반대로 집행 못해 무산
미 행정부 태도 바뀔지 주목
스티브 비건(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8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브 비건(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8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대북 식량 제공을 지지한다”고 말한 직후인 8일 통일부가 “북한 주민을 위한 식량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 등을 통해 북한에 8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던 20개월 전의 ‘발표’가 실행에 옮겨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여태까지는 (대북 식량 지원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가 7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뒤 식량 지원에 대한 방침이 결정됐다”며 “관계부처와 지원 시기, 방식, 규모 등을 협의하기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무산 뒤 처음으로 8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이번주 한-미 워킹그룹 회의 결과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15일 방한하는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등의 면담에서도 대북 인도 지원이 논의될 예정이다.

대북 인도 지원은 현 상황을 관리하며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제한된 카드 중 하나다. 하지만 지원이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난관들이 만만치 않다. 앞서 정부는 2017년 9월21일 대북 인도 지원 기금을 의결해놓고도 지난해 말까지 1년 넘도록 집행하지 못해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다. 당시 정부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북한에 800만달러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지원을 하기로 심의·의결한 바 있다. 통일부는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이고 “아동·임산부용 의약품, 영양식 등 품목”이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이행하지 못했다.

‘800만달러 집행 무산’의 배경에 미국 정부의 반대와 한국 정부의 소극적 자세가 깔려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주의와 정치군사적 문제는 연계하지 않는 미국의 오랜 정책적 관례를 깨고, 인도적 지원을 대북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했다.

미국은 한-미 워킹그룹에서 대북 800만달러 지원에 대해 줄곧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8일 <한겨레>에 “외교부에 대북 인도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묻자 당국자가 ‘미국이 인도 지원조차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카드로서 계속 쓰고 있다’고 의원실에 설명했다”며 “미국의 반대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온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한-미 워킹그룹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공감한 뒤, 정부가 타미플루 20만명분 등을 북쪽에 전달하기로 했는데도 미국이 타미플루를 싣고 가는 트럭을 대북제재 위반 품목이라며 문제 삼아 지원이 무산되기도 했다.

비핵화 협상과 엮어 대북 인도 지원을 사실상 유보해온 미국 행정부의 입장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실제 바뀌었는지는 이번주 한-미 워킹그룹 회의 등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지지한다고 밝혀왔지만, 미 행정부의 실무진은 완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특정한 (대북)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해서 지금 논의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것이 괜찮다”고 말했지만, 이후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부정적인 미 행정부의 태도는 여전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어린이·환자 등에 대한 지원조차 막아온 미국 행정부가 이제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막는 게 제재의 기본 목적이다. 제재가 취약계층이나 영유아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 미국은 여태까지 철저하게 대북 인도 지원을 비핵화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이는 북한과의 협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은 비핵화 협상 국면과 무관하게 (한-미 당국이) 견지해야 할 원칙”이라고 짚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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