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 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9일 평안북도 구성에서 쏜 발사체는 닷새 전 원산 호도반도에서 발사한 전술유도무기와 발사 방식이나 탄체 형태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군사전문가는 당시 이 발사체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이 발사체에 대한 평가를 단거리 미사일 ‘추정’에서 ‘판단’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이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선 비행 특성과 발사 각도, 사거리, 속도 등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북한판 이스칸데르’ 실전능력 검증했나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9일 전방 및 서부전선 방어부대의 장거리 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미사일 사진을 보면, 외형이 러시아의 단거리 미사일 이스칸데르와 닮았다. 북한이 같은 종류의 미사일을 4일 호도반도에서 처음 발사하고, 9일 구성에서 2발을 더 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체로 동해 쪽에서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 서해 쪽에서 내륙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미사일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미사일 가운데 1발은 420㎞, 나머지 1발은 270㎞를 날아갔다고 추정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사일의 최고 고도를 50㎞로 추정했으나, 이날 국회 보고를 통해 45~50㎞로 수정했다. 사진에 나타난 이동식 발사차량(TEL)은 궤도형으로 4일 포착된 바퀴형과 달랐다. 궤도형 발사차량은 하천이나 야산 같은 험지에서도 기동성이 뛰어나 바퀴형보다 진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 “탄도미사일인지는 추가적인 분석 필요”
합참은 이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탄도미사일은 발사된 뒤 대기권 안팎까지 올라갔다가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가리킨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셈이 된다.
북한이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훈련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 외에 240㎜ 방사포와 신형 자주포로 보이는 무기도 동원됐다. 연합뉴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려면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종단계에서 정밀한 유도가 이뤄진 점은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는 전술미사일의 특징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은 정확도가 높지 않아 대량파괴를 목적으로 쓰인다”며 “이번 미사일이 거기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국회 보고에서 “지금까지의 분석 패턴에 익숙하지 않은 신형 무기체계일 가능성이 있어 분석이 늦어지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미국 국방부가 이번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했다는 외신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쏜 발사체를 현재까지는 단거리 미사일로 보고 있다”며 “이는 한·미 공동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 타격훈련인가 무력도발인가 북한은 미사일 발사 이후 인근 지역에서 포사격도 실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240㎜ 방사포와 152㎜ 자주포가 등장한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152㎜ 자주포는 사거리가 4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재래식 전력을 개량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음을 보여준다. 240㎜ 방사포는 서해 쪽을 향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북한은 이번 훈련을 “장거리 타격 수단을 동원한 화력타격훈련”이라고 밝혔다. 4일 실시한 훈련을 장거리 대구경 방사포와 전략유도무기를 동원한 화력타격훈련이라고 부른 것과 비슷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접근법 수정을 압박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견제, 내부 결속력 강화 등의 다목적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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