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오른쪽) 중국 총리가 23일(현지시각) 베이징을 방문한 헝 스위 킷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만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31일부터 아시아·태평양 주요 나라 국방장관들이 참석하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주요 나라의 국방부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최근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등 역내 안보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 등 한·미·중·일 국방장관이 모두 참석한다. 정 장관은 한·미·일 3자 회담을 비롯해 중국, 일본과 각각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선 최근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상황 관리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성사될 경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소원해진 군사교류가 본격적으로 정상화되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한-일 국방장관이 성사된다면 초계기-레이더 갈등 이후 냉랭해진 한-일 군사교류 복원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선 남중국해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는 중국과, 자유항행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의 날카로운 공방이 예상된다. 섀너핸 대행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파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이 회의에 최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일각에선 이번 샹그릴라 대화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 사이에서 역내 국가들이 선택을 강요받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지지하면서도 ‘국제법 원칙에 따른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중 패권경쟁이 한·미·일 군사협력의 방향, 한-중 및 한-일 군사교류 재개의 범위와 속도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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