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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싱가포르에 한·미·일 국방장관, 북핵수석대표 총출동

등록 2019-05-31 12:51수정 2019-05-31 13:23

아시아안보회의 개막…한반도 안보, 비핵화 공조 협의
국방장관 만남에선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정세 공유
북핵 수석대표들은 “대화 이어가기 위한 메시지 조율”
미국과 중국, 남중국해 전략 놓고 날카로운 공방 예상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의 주요 국방장관들이 참석하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31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했다.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의 주요 국방장관들이 참석하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31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했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 등 아시아·태평양과 유럽 주요 나라의 국방장관들이 참석하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31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다음달 2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와 미국의 중국의 남중국해 갈등 등 역내 주요 안보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 맞춰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한·미·일의 북핵 협상 수석대표들도 만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공조 방안을 협의한다. 세 사람이 모이는 것은 지난 3월 초 미국 워싱턴 회동 이후 석달 만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난관에 봉착한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자 회동에 이어 한-일, 한-미 양자협의가 예정돼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점검·평가하고, 대화국면을 이어가기 위한 적절한 대북 메시지를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전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시간이 더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며 “모든 당사국들이 ‘신뢰 적자’를 해소할 우호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장관은 이날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대표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베트남, 싱가포르 국방장관과 만나 관심사를 논의한다. 정 장관은 다음날 본회의에서 ‘한반도 안보와 다음 단계'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새 질서인 '신한반도체제'를 소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및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당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한·미·일 3자 회담을 비롯해 중국, 일본과 각각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일 3자 회담에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상황 관리와 비핵화 협상 재개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양자회담에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완화 이후 군사 분야 협력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나라 안보사령탑이 마주앉는 것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5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두 나라는 앞서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제16차 국방정책 실무회의를 여는 등 실무급 채널을 정상화한 바 있다.

일본과의 양자회담은 ‘초계기-레이더’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일본은 최근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이 “한국과 원래 관계로 되돌아가고 싶다”며 관계 회복 의지를 적극 피력했으나,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우익 지지층을 묶어두려는 정치권의 계산이 개입하면서 기류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측이 회담 형태와 시간 등을 놓고 여전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식 회담 대신 회동 형식으로 양자가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선 남중국해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는 중국과, 자유항행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의 날카로운 공방이 예상된다. 섀너핸 대행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설파하면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이 회의에 최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것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일각에선 이번 샹그릴라 대화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전략경쟁 사이에서 역내 국가들이 선택을 강요받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지지하면서도 ‘국제법 원칙에 따른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섀너핸 대행은 회의를 마친 뒤 한국과 일본을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섀녀핸 대행이 3일 서울을 방문해 한반도 안보 상황과 관련한 공조 방안을 비롯해 한·미 연합훈련 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다양한 동맹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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