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을 시찰한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지난달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참관 이후 23일만이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강도 강계시와 만포시의 대규모 공장을 집중 시찰했다. 김 위원장의 활동이 공개된 것은 지난달 9일 평안북도에서 실시된 화력타격훈련에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이후 23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 위원장이 강계트랙터종합공장,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장자강공작기계공장, 2·8기계종합공장 등 자강도 일대의 공장을 방문해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시찰한 공장들은 모두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시설이자 군수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 건설과 주민 생활 향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를 담은 행보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강계트랙터종합공장을 찾아 “인민 경제와 국방력 강화에 절실히 이바지하는 성능 높은 기계설비들을 마음먹은대로 생산하고 있다”며 ‘70년 간의 투쟁전통을 가진 공장’답게 “앞으로도 당에서 준 새로운 전투적 과업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를” 기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공장은 탄두와 포탄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그해 12월 단체 35개, 개인 36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때 포함된 곳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역시 70년의 역사를 가진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을 둘러보고 “완결된 생산구조와 국산화된 생산체계를 갖추고 첨단과학기술로 장비된 현대적인 공장으로 개건(리모델링)해 세계 선진 수준에 올려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료와 자재의 국산화와 함께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부산물과 폐기물들을 모두 회수해 재자원화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소총과 기관포의 탄약류를 만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1969년 건설된 만포시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을 찾아 “당에서 대단히 중시하는 공장”이라며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이바지할 최신식 기계제품들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 공장에서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스키장에 놓을 새 '끌림식 삭도'(케이블카)와 감자가루생산 설비를 살펴보고 만족을 표시한 뒤 “세계적 수준의 첨단과학기술 성과를 적극 받아들이는 데 선차적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공장을 대전차유도탄, 지대공미사일, 대구경방사포탄 등을 만드는 ‘26호공장’으로 추정한다.
김 위원장은 또 1945년 건설돼 '어머니공장'으로 불리는 2·8기계종합공장에 들러 지방의 재활용자재로 만든 생필품을 살펴보고 “유휴자재로 생활필수품 생산을 정성화해 가지수를 늘리고 질을 높여야 한다”며 “이는 우리 당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취한 조치이며 중요한 정책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공장에선 자동소총, 권총, 고사총, 소형 로켓포, 박격포 등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외에도 자강도 당·행정·설계기관 간부들과 함께 강계시와 만포시건설총계획을 검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16년 리모델링을 한 강계시 영재교육시설 ‘배움의 천리길 학생소년궁전'을 찾아선 궁전의 낙후한 시설과 운영 상황에 불만을 쏟아내며 간부들을 엄하게 추궁했다. 김 위원장은 “체육관을 표준 규격대로 건설하지 않고 어리짐작으로 해놓았으며 탁구소조실에는 좁은 방 안에 탁구판들을 들여놓았다”며 “설계를 망탕, 주인답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불과 3년 전에 건설한 건물이 10년도 더 쓴 건물처럼 한심하지 그지없다”며 간부들의 ‘일본새’(일하는 자세와 태도)에 실망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의 시찰 날짜를 밝히지 않았으나, 여러 곳을 방문한 것으로 미뤄 자강도 일대에서 한동안 머문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시찰에는 노동당 제1부부장인 조용원(조직지도부)·유진(군수공업부)·김용수를 비롯해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겸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김 위원장의 의전을 담당한 김창선 국무위 부장, 마원춘 국무위 설계국장 등이 수행했다. 현 단장이 김 위원장의 경제부문 시찰을 수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 단장은 최근 당 중앙위원에 진입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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