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1일 “우리는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외교를 통해서도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섀너핸 대행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외교적 해결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북한은 이 지역의 동맹국과 미국 영토, 우리의 전방 배치 부대를 확실하게 공격할 수 있는 지점에 근접해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계속 경계해야 할 극도의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재강조함으로써 최근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섀너핸 대행의 발언은 “(북한이) 이 지역에서 교란적인 행위를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미래)을 그릴 수 없다”며 “이런 도전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섀너핸 대행은 한국에 2만8천여명의 미군과 항공전력,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등이 배치돼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섀너핸 대행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선 “외교정책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해 준비태세를 갖추고, 제재를 집행하고 한국·일본 등 협력국들과 함께 적절한 대응태세를 갖추는 게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섀너핸 대행은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해선 “어느 한 국가가 인도·태평양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지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군사력를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국가를 방치할 수 없다”며 “미국은 충돌을 바라지 않지만, 전쟁에서 승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최선의 억지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은 지역의 다른 나라들과 협력관계를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중국의 의도에 대한 불신을 낳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섀너핸 대행은 전날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만나기 직전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문제에 대해 “순전히 방어용이라고 한다면, 지대공 미사일과 장거리 활주로들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웨이 부장은 회담에서 미국이 대만해협에서 펼치고 있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비판하며 “미국은 주권 보호와 영토 보존 문제에서 중국군의 능력과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웨이 부장은 2일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한편, 섀너핸 대행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착돼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섀너핸 대행은 “미국은 사이버 공격과 지적재산 절도를 우려하고 있다”며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너무 가깝고, 중국은 국가 정책과 법률에 따라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볼 때 네트워크가 보호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화웨이 장비에 기밀이 빼돌려질 수 있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제재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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