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1일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초계기-레이더 갈등 이후 얼어붙은 두 나라 국방협력 정상화 방안을 협의했다. 국방부 제공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1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초계기 위협비행-레이더 조사’ 갈등 이후 얼어붙은 국방협력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이와야 방위상은 앞서 지난달 18일 “한국과 여러 문제가 일어났지만, 한국 국방장관과 만나 원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국방협력 정상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적 안보환경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한-일 간 현안의 조속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한-일 간 국방협력의 중요성도 확인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두 장관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이후 8개월 만이다.
정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며 “앞으로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한국과 일본은 인접한 우방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공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앞으로 양국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장관이 만나 국방협력 정상화의 물꼬를 텄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없어 ‘현실을 인정한 봉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장관은 ‘일본이 초계기 근접 위협비행을 인정했느냐’는 질문에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주고받았다”며 “그 부분이 잘되고 못되고를 떠나서 앞으로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마무리 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마무리됐다기보다는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실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하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도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 함정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를 비췄다는 일본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문제의 본질은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정 장관은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관한 규범’과 국제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와야 방위상은 한국 함정이 레이더를 겨냥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초계기 비행 역시 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이날 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애초 이번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양자회담을 연다는 데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 28일 “이와야 방위상이 지난 사태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기류가 흔들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일본이 국내 여론을 떠보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싱가포르 현지에서 일시와 형식 등 세부 절차를 정하는 과정을 밟았다”고 덧붙였다.
한-일 갈등은 지난해 12월 한국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를 비췄다고 일본이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한국은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을 문제삼으며 맞섰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한-일 군사교류가 얼어붙었다. 해군은 지난 2월 예정됐던 1함대 사령관의 일본 해상자위대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일본도 지난 4월 해상자위대 함정의 부산항 입항을 취소했다. 최근에는 일본 군용기가 한국 함정으로부터 3해리(약 5.5㎞) 이내로 접근하면 사격용 화기관제레이더를 비추겠다고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싱가포르/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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