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장관(왼쪽)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가운데),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2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만나 서로 손을 잡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국과 미국, 일본 국방장관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 달성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또 장관들은 ‘규범에 기초한 질서’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2일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한반도 및 지역 정세를 협의한 뒤 이런 내용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공동보도문은 지난달 9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회의(DTT) 내용과 비슷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비핵화 해법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한·미·일은 이번 회의에서 일관되게 외교를 통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정 장관은 1일 본회의 연설에서 “(북핵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군사적인 부분에서 여지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섀너핸 대행도 “우리는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야 방위상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북-미 대화가 기대와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장관들은 지역 안보와 관련해 국가 간 군사적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춰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섀너핸 대행도 회담 머리발언에서 한·미·일을 ‘역동적이고 강력한 태평양 민주주의 세력’이라고 표현하며 “미국은 이 중요한 3자 협의체를 계속 우선시하고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이 전날 양자회담을 열어 ‘초계기 근접비행-레이더 조사’ 갈등 이후 얼어붙은 국방 협력을 정상화하는 쪽으로 뜻을 모은 것도 한·미·일 협력 강화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과 이와야 방위상은 이날 회담에서 동북아 지역의 안정적 안보환경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현안의 조속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과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며 “앞으로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가 한-중 관계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3국 협력이 강화될수록 중국의 경계심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 장관은 전날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과 만나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안보정세를 논의하고, 두 나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에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도 논의됐으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