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한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왼쪽 세번째)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국과 미국이 한미연합사령부를 경기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옮기기로 결정함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대장이 지휘하게 될 미래연합사령부 운영에 끼칠 영향이 주목된다. 지금까지 국방부가 추진했던 연합사의 국방부 영내 이전이 한-미 동맹의 군사적 역량을 한국군 중심으로 모은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이를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령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연합사가 캠프 험프리스에 들어가면 정반대의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곳에는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가 자리잡고 있다. 미2사단 및 한미연합사단도 입주해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도할 미래연합사가 미군에 둘러싸이는 셈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연합사가 미군기지 안에 있으면 미군의 발언권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사는 캠프 험프리스의 한·미 공동시설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사가 평택으로 내려가면 유사시 한국 합참과의 의사소통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참에서 일하는 요원들과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적어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군과 미군의 의사소통은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연합사의 평택 이전을 논의하면서 이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런 문제는 연합사가 국방부 영내에 있을 경우 더 크다고 설명한다. 기획·작전 등 연합사의 핵심 참모를 주로 주한미군사령부 참모가 겸하고 있어 연합사가 국방부 영내에 있으면 주한미군과의 결합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하면 주한미군과 완전한 동일체로 근무하기 때문에 연합작전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연합사의 평택 이전은 이런 작전 효율성 외에도 △임무 수행 여건 △이전 시기와 비용 △용산기지 이전 여건 보장 등 현실적 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연합사가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면 미군과 가족들이 용산 인근에 거주해야 한다. 한 가족당 적어도 25평 이상의 아파트가 필요할 것으로 군은 예상한다. 국방부 영내 건물에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주일미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등을 연결하는 시포아이(지휘통신체계)를 별도로 구축하는 데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군 관계자는 “돈도 돈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는 애초 연합사를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군이 용산 잔류를 희망하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 한-미 동맹의 상징성이 약화된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2017년 10월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연합사의 국방부 이전에 합의했다. 빈센트 브룩스 당시 연합사령관은 그해 말 연합사 이전 관련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기도 했다.
연합사 이전은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11월 부임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월 연합사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국방부 영내 건물 등을 둘러본 뒤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사 이전이 이처럼 미국의 요구에 따라 번복되는 것 자체가 한-미 동맹의 불균형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한·미가 동맹 차원에서 검토한 결과”라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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