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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사전계획 전혀 없었던” 판문점 회동 뒷이야기

등록 2019-07-01 16:20수정 2019-07-01 21:19

리모델링된 ‘자유의 집’에서 만난 북-미 정상
지난해 두 차례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경험 덕 톡톡히

미국, 기본 입장 있지만, 실제 협상에서 ‘유연한 접근’할 듯
미국, 북 협상 라인 통전부→외무성으로 바뀌어 반색
2019년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세 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9년 6월30일 판문점, 남·북·미 세 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희망한다는 글을 올린 지 약 32시간 만에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의 52분 회동과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 만남’이 전격 성사될 수 있었던 데는 경호·의전 논의를 위한 북-미 실무진의 ‘심야 협의’와 지난해 판문점에서 열린 두차례 남북 정상회담 경험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제상으로는 미국이 강조한 “유연한 해법”이 중요한 열쇠가 됐다.

북-미 회담 등 현재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한반도 정세 상황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전날 전격 성사된 북·미, 그리고 남·북·미 정상의 만남에 대해 “사전 계획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29일 밤 8시30분에 판문점에서 미국의 북핵 협상 담당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앨리슨 후커 보좌관이 (북쪽 관계자와) 북-미 현안에 대한 이야기 없이 의전과 경호만 가지고 밤 늦게 논의를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열린 4·27, 5·26 남북 정상회담으로 자유의 집이 리모델링된 상태였고, 당시 회담 개최 경험 덕분에 미국의 엄격한 대통령 의전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안에 만남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남쪽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일정이 일시적으로 취소되는 상황이 닥치자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원 포인트’ 정상회담을 판문점 북쪽에서 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이 만났던 평화의 집 대신 정상들의 회담 장소로는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자유의 집에서 1시간 가까이 회담을 했다.

내용 면에서 보면, 미국이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였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식의 강경 입장에서 다소 벗어나 진지하고 유연한 접근을 강조한 것이 주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유연한 접근이라는 말이 단순히 나온 말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협상에 들어가면 일정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유연한 접근이라는 말은 그러한 고민을 반영한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의 전격 회동 뒤, 미국 정부는 북한의 북-미 협상 담당자가 기존의 김영철 부위원장을 축으로 한 소위 ‘통일전선부 라인’에서 리용호 외무상을 중심으로 하는 ‘외무성 라인’으로 바뀐 데 대해 내부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 협상 의제를 논의하는 데에 통전부보다는 외무성이 더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다. 신속하게 회담이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게 미국 쪽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이 소식통은 “북-미 모두 이번 기회가 절박하다는 데에 공통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 이 시간을 헛되이 소모하면 안 된다는 판단 아래 긴장감을 가지고 협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정부는 당분간 북-미 관계 및 협상을 우선순위에 두고 “남북관계는 한발 또는 반발 정도 뒤에 간다”는 태도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1차적으로 북-미 협상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되 물밑에서 ‘조용한 중재’를 하겠다는 것이다. 30일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온 김 위원장을 맞았으면서도 북-미 정상이 따로 회담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준 데서도 이런 태도가 잘 나타난다. 외교 소식통은 “대통령은 북-미 사이가 풀려야 한다는 우선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안 풀리는 데에 지나친 압박을 느끼기보다는 북-미가 먼저 풀리고 그 뒤에 남북관계가 좋아지는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북-미 실무협상이 진행된다고 해서 이와 병행해서 뭔가를 억지로 하려고 압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지원 김지은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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