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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해군 2함대사령부 ‘수상한 도망자-거짓자수’ 파문

등록 2019-07-12 14:32수정 2019-07-12 22:08

탄약고 근처에서 초병이 거동이 수상한 사람 발견
수사 들어가자 직속 상관이 병사에게 거짓자수 종용
울타리 등에선 외부침입 흔적 발견되지 않아
정경두 국방장관 뒤늦게 보고받고 수사단 급파
지난 4일 경기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사령부 영내에서 정체불명의 거동수상자가발견되고, 장교가 병사에게 거짓자수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군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12일 오후 2함대사령부 정문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일 경기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사령부 영내에서 정체불명의 거동수상자가발견되고, 장교가 병사에게 거짓자수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군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12일 오후 2함대사령부 정문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사령부 영내에서 한밤중에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발견되고, 직속 상관이 부하 병사에게 거짓자수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방부가 뒤늦게 조사에 들어갔다. 외부인의 침입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급자에 의한 거짓자수라는 수상한 일이 겹쳤는데도 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군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4일 밤 10시2분께 2함대사령부 탄약고 근처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경계근무 중인 초병에게 발견됐다. 합동생활관 뒤편 이면도로를 따라 탄약고 쪽으로 뛰어온 이 사람은 세 차례에 걸친 초병의 암구호에 응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 반대쪽으로 달아났다.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이 사람은 달아나면서 랜턴을 2∼3차례 깜박이기도 했다.

2함대사령부는 즉시 부대방호태세 1급을 발령하고 기동타격대와 5분대기조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도주자를 잡지 못했다. 부대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도 이 도주자는 포착되지 않았다. 부대 울타리와 해안에서도 특별한 침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함대사령부는 외부인의 침투나 대공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상황을 종료한 뒤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초병이 목격한 인상착의와 도주자의 행동 등을 근거로 부대원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한 병사(병장)가 자수를 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병사의 자백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많은 부대원들이 고생할 것을 염려한 직속 상관(장교)이 부대원들에게 거짓자수를 제의했고, 이 제의에 응한 병사가 허위자백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교가 누구라도 자수하면 상황이 종료되고 모두가 편하게 될 거 아니겠느냐고 했고, 이에 병사가 손을 들었다고 한다”며 “이 장교가 왜 병사들에게 거짓자수를 종용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교는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대 울타리 근처에서 (수영도구인) 오리발이 발견됐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또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합참의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군 관계자는 “오리발은 체력단련장 근처에서 발견됐으며 관리원이 쓰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히고 “발견 당시 오리발에는 물기가 전혀 없었고, 상당 기간 사용한 흔적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합참의장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건 다음날 아침 작전본부장이 합참의장에게 2함대에서 거동수상자 상황이 있었고, 대공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으나, 합참의장이 이를 기억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공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이후에는 2함대 차원에서 이 사건을 관리하게 됐다”며 “거동수상자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어서 국방장관 등에 대한 중간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에야 상황을 파악하고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을 2함대사령부에 내려보냈다. 병사에게 거짓자수를 종용한 장교는 오후 2시부로 직무에서 배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교가 거짓자수를 종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수사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이날 국방부 기자실에 들러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송구하다”고 밝혔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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