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정경두 국방장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한기 합참의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에스퍼 국방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연합뉴스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9일 “한·미동맹은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 pin)"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 머리발언에서 “저는 오늘 한·미동맹은 ‘철통’(Iron clad) 같다는 것을 재확인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전쟁 속에서 형성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평화로운 한반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명확하게 밝혀왔듯, 미국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모든 약속에 대한 진전을 이룩하기 위해 북한과 외교적으로 접촉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역내 우방국들과 함께 북한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CVID)에 참여하기 전까지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단호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선 “조건을 기초로 미군 사령관이 가진 전작권을 한국군 사령관에게 넘기는 문제에서 진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동맹으로서 갖는 신뢰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자 그 어떤 상대도 필적할 수 없는 전략적 이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원칙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또 “국가방위전략상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국의 우선순위 전구"라며 "지난 6일 간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미국의 소중한 동맹 및 파트너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호르무즈 해협 파병,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이른바 ‘미국의 청구서’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머리발언에서 “일본이 안보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라는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해 한-일관계와 한·미·일 안보협력에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단거리 발사체를 수회에 걸쳐 발사하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한·미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장관은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같이 갑시다”(Go Together)를 외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은 앞서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만나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에스퍼 장관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30분가량 이어진 이날 면담에는 윤순구 차관보, 김태진 북미국장, 정연두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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