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용산기지 첫 버스투어’ 참가자들이 일제강점기 일본군 감옥으로 쓰인 위수감옥을 둘러보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904년 일제가 러일전쟁을 기점으로 용산 일대를 조선주차군사령부 주둔지로 사용한 이후 114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용산 미군기지 내 주요 장소를 버스로 둘러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용산 미군기지 반환 절차를 올해 안에 시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의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 이전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용산기지에선 각종 미군 편의시설이 속속 문을 닫고 있어 올해가 지나면 한미연합사와 미군들의 숙소로 쓰이는 드래곤힐 호텔만이 남게 된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해 6월, 미8군사령부는 그보다 1년 정도 앞선 2017년 7월 평택기지로 옮아갔다.
한미연합사 이전은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맞물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군 관계자는 1일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면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이른바 미래연합사 구조가 작동한다”며 “그에 맞춰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의 작전 효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최근 실시한 하반기 연합 지휘소연습에서 한국군의 기본운용능력(IOC)을 검증한 데 이어 2020년엔 완전운용능력 검증, 2021년엔 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사 이전의 핵심은 작전센터 구축이다.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일본 요코타의 주일미군사령부를 연결하는 이 작전센터가 들어서야 연합사가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전센터는 연합사의 두뇌에 해당한다”며 “작전센터 구축 과정에서 비용과 일정이 늘어날 수 있어 현재로선 연합사 이전 시기를 확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는 한때 용산에 있는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지난 6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평택기지로 옮기기로 최종 합의했다. 당시 미국은 용산에 연합사가 남을 경우 미군 가족들의 거주에 어려움이 생기고, 평택기지와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연합사는 평택기지에 새로 건물을 짓지 않고 기존 건물에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사 이전 일정은 10월 말 또는 11월 초 서울에서 열리는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옮아간 이후 용산기지에선 미군들에 대한 서비스 업무가 속속 종료되고 있다. 영화관이 이미 7월에 문을 닫았고, 현역과 예비역을 대상으로 생활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용산사무소도 8월 말 폐쇄됐다. 육군병원 진료 업무와 세탁소 운영도 다음달 1일 종료한다. 용산기지 안에 있는 서울아메리칸 초·중·고교는 2018~2019년 과정을 마지막으로 폐교하기로 했다.
한·미가 용산기지 반환 절차에 착수하더라도 실제 반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정부는 2019년부터 용산기지 일대 토양에 대한 정화 작업을 시작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공원 조성에 들어가 2027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환경오염 정화 비용 등에 대한 이견으로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용산기지 반환 절차를 개시하더라도 이후 반환계획 수립, 환경조사 및 환경협의, 오염 정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용산기지 반환까지는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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