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한반도 위기 관리에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유엔사를 한국군을 통제하는 기구로 발전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평시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관리하는 유엔사의 임무가 전반적인 한반도 위기 관리로 확장되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유엔의 대응조처로 설립된 군사기구다. 유엔사는 이후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고,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도 당사자로 서명했다. 유엔사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1978년 11월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가 창설되면서 연합사로 넘어갔다.
미국이 유엔사의 임무를 한반도 위기 관리로 확장할 경우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이른바 미래연합사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쟁점이 될 수 있다. 1970년대 맺어진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약정(TOR)에는 정전협정이 유지되는 한 유엔사가 연합사를 지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의 작전통제권이 연합사에 넘어간 것과 배치되지만, 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는 구조에선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연합사 구조에서 한반도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미국의 주장대로 유엔사가 위기 관리에 참여할 경우, 한국에선 미래연합사령관과 합참의장, 미국에선 주한미군사령관(미래연합사 부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이 들어오는 모양이 된다. 여기에 지금의 관계약정을 대입하면, 유엔사가 정전협정 유지를 앞세워 미래연합사에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을 분리함으로써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유엔사령관의 이름으로 한국군을 통제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도발 등 유사시에도 정전협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논리를 깔고 있다. 정전협정이 유지돼야 그에 기반한 유엔사의 지휘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유엔사가 연합사를 대신해 한반도 안보 상황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이 과정에서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의 위상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유사시 전력제공국의 병력과 장비를 지원받아 한국으로 전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어떤 형태로든 일본의 개입을 상정하지 않고 있으나,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은 일본의 지원을 요청할 공산이 크다.
지난달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에서 유엔사 주도로 일본의 개입 상황을 상정한 훈련이 실시되었다는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4일 “일본은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며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이며, 이번 훈련에서 자위대 개입 상황을 상정한 부분은 없었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미국이 이른바 ‘유엔사 재활성화’ 프로그램에 따라 유엔사를 실질적인 다국적 군사기구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유엔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미군이 아닌 외국군 장성을 부사령관에 임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유엔사의 역할 및 규모 확대는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의 한반도 관리 방식의 변화를 내포한다”며 “한-미 이해가 엇갈리면서 전작권 전환 일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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