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9일 정권 수립 70돌을 기념하는 열병식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특사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치켜들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9일 북한이 정권 수립 71돌을 맞는다. 이번 ‘9·9절’은 정주년(5·10년 단위로 의미있게 기념하는 해)이 아닌만큼 북한의 최신 무기가 등장하는 열병식이나 시민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군중시위 등은 생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북한 고위 인사가 참여하는 중앙보고대회는 열릴 것으로 보여 이 자리에서 북한이 최근 경색 국면에 있는 남북,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한 대외적 메시지를 발표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5일 북한의 올해 9·9절 71돌 행사와 관련해 “올해는 정주년이 아닌만큼 행사는 평년 수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앙보고대회, 연회 등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본 바 있다. 북한은 194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된 9월9일을 매년 정권수립일로 기념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말 이후로 북한이 정권수립일 때마다 치른 행사를 보면 정주년인 2013년(65돌)과 2018년(70돌)에 금수산궁전 기념참배, 중앙보고대회, 연회를 비롯해 북한의 각종 무기를 드러내 보이며 행진하는 열병식과 군중시위, 최고지도자 공개 활동, 각종 문화·체육 행사 등을 실시했다. 김 위원장은 65돌, 70돌 당시 열병식과 군중시위 등에 모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70돌 행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이 참석하고 재래식 무기를 중심으로 한 열병식, 군중시위, 대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 등이 열렸다.
다만 북한은 정주년이 아닌 해의 경우 기념행사를 금수산궁전 참배(2012∼2016년), 중앙보고대회(2012∼2016년), 연회(2012∼2017년), 문화·체육 행사 정도로만 최소화 해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내각총리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는 중앙보고대회 등 정권수립 71돌 행사에서 메시지를 낼 가능성에 주목한다. 북한은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와 관영 매체 등을 통해 한국 정부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북-미 대화에 관여하고 있는 미국 주요 인사를 지적하며 강도높은 비난 메시지를 냈다. 지난 6·30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2∼3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한 북-미 실무 협상은 물론 남북 대화도 답보상태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71돌 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주목하고 있다”며 “중앙보고대회에서 대남, 대외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71돌 행사가 북한 내부 체제 정통성 및 결속을 다지는 내용으로만 꾸려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 당국자는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북하는 등 북-중 관계가 긴밀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축전을 발송할 것으로 보이는 이 역시 관심사다”라며 “외부 축하 대표단이 방북할 경우 그 급이나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도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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