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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군사합의서 이행도 ‘가다 멈춤’…다시 고개드는 ‘한반도 안보딜레마’

등록 2019-09-19 04:59수정 2019-09-19 11:19

9·19 평양 정상회담 1년…북미관계 유탄 맞은 남북관계

JSA 병력·화기 철수 등 초기 성과
북-미 2차회담 결렬 뒤 이행 제동
남북 군사공동위 구성조차 못하고
북 신형 발사체 등 위력시위 재연
“합의 완전 이행까진 장기전 필요”
9·19 평양공동선언 한돌 하루 앞둔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군 경계선에 한반도기가 철책에 매달려있다. 파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9·19 평양공동선언 한돌 하루 앞둔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군 경계선에 한반도기가 철책에 매달려있다. 파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으로부터…”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흔히 ‘9·19 군사합의서’로 불리는 이 합의서에는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비무장지대(DMZ)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들이 일정과 함께 명시돼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당시 이를 ‘사실상의 불가침 합의’라고 평가했다.

9·19 군사합의는 군사적 신뢰를 통한 평화 구축이라는 새로운 길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여느 합의와 다르다. 남북의 군사적 대결이 더 큰 군사적 대결로 이어지는 이른바 ‘한반도 안보딜레마’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였다. 실제로 합의서 채택 이후 남북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접경지역이 이렇게 오랫동안 평온했던 적은 없다.

군사합의서에 명시된 조처들은 한동안 순조롭게 이행됐다. 지상과 해상에는 포병 사격훈련 및 기동훈련 금지구역이 들어섰고, 공중에는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선 병력과 화기가 철수하고,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20곳이 시범적으로 철거됐다.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 이용을 위한 수로조사가 이뤄지고, 화살머리고지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전술도로가 연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이행에 제동이 걸렸다. 4월부터 남북이 함께 유해를 발굴하기로 했던 화살머리고지에선 남쪽만 작업을 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의 모든 감시초소 철수를 위한 논의도 중단됐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자유왕래를 위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북의 군사적 문제를 협의할 군사공동위원회는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군사적 신뢰 구축에서 실질적인 군비통제로 넘어가야 할 다리가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군사합의 이행이 멈춰서면서 한반도 안보딜레마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과 한국의 첨단무기 도입을 비난하며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및 위력 시위를 벌였다. 지난 5월4일 이후 10차례에 걸쳐 △신형 전술유도무기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새 무기 △초대형 방사포라고 명명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행동이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9·19 군사합의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설계도였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9·19 군사합의 이행은 초기의 속도전에서 지금은 지구전으로 넘어갔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9·19 남북군사합의서 1주년 세미나’ 축사에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이 답보상태에 있어 군사합의가 완전하게 이행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현재 일종의 동결 상태에 들어가 있다”며 “연내 예상되는 북-미 3차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나오고,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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