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방·북한

“미 ‘제재 공조’ 발맞추다 남북 멀어져…대미 자율성 확보해야”

등록 2019-09-19 04:59수정 2019-09-19 07:41

9·19 평양 정상회담 1년…북미관계 유탄 맞은 남북관계

문 대통령, 능라도경기장 연설에
김정은과 천지행 ‘평화의지’ 각인
북·미 하노이회담 합의 결렬 악재
미 견제 벽에 남북경협 등 꽉 막혀
남북 당국회담 9개월 넘게 닫혀
“한미동맹 살리다 남북관계 망쳐”
문 대통령, 유엔총회 돌파구 모색
전문가 “촉진자 한국, 자율공간 필요”
9·19 평양공동선언 한돌 하루 앞둔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군 경계선에 한반도기가 철책에 매달려있다. 파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9·19 평양공동선언 한돌 하루 앞둔 1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군 경계선에 한반도기가 철책에 매달려있다. 파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은 남북대화 역사에 신기원을 이룬 이정표를 여럿 세웠다.

첫째,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9월19일 능라도 5월1일경기장 연설. 남쪽 최고지도자가 북쪽 일반 인민을 앞에 두고 한 첫 연설이다.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경기장의 평양시민들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김정은 위원장과) 확약했다”는 문 대통령의 ‘비핵화 합의’ 공개에 환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앞장에 서서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튿날인 9월20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 천지에 함께 올라 두 손을 맞잡아, 평화·공존·협력·자주·통일의 의지를 세계에 각인했다.

둘째,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추가 조처” 합의다. 남북이 양자대화에서 ‘비핵화 실행 방안’에 합의한 첫 사례다.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 해체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월 하노이 회담을 이끌어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하노이 회담은 예상을 깨고 ‘합의 무산’으로 끝났고, 한반도 평화 과정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남북관계가 유탄을 맞았다.

사실 남북관계는 하노이 이전, 9·19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부터 ‘대북 제재 공조’를 빌미로 한 미국의 견제 강화로 ‘이상 징후’를 보였다. 지난해 11월20일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한 한-미 워킹그룹은 ‘미국의 견제’를 제도화한 대표적인 장치다. 워킹그룹 1차 회의 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리는 한국 정부에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 진전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워킹그룹은 이런 방향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남북은 지난해 12월26일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치러, 9·19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연내 착공식” 약속 시한을 간신히 맞췄다. 하지만 실제 공사로 이어지지 않은 착공식이라 ‘팥소 없는 찐빵’과 다를 게 없다.

‘제재 공조’를 앞세운 미국의 견제에 가로막혀 대규모 경제협력에 나서지 못하는 남쪽에 북쪽은 불만의 강도를 높여왔다. 남북 당국의 공개 회담은 지난해 12월14일 체육분과회담을 끝으로 아홉달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급기야 북쪽이 “남조선 당국자들과 다시 마주앉을 생각 없다”(8월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고 주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등 경험 많은 원로들이 공개적으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다”거나 “한-미 동맹을 살리려다 남북관계가 망가진 상황”이라고 한탄하는 까닭이다.

하노이 이후 한반도 평화 과정의 역진 흐름은 6월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으로 반전의 계기를 찾았고, 9월9일 북쪽의 북-미 실무협상 일정 제안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수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문 대통령도 불참하려던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로 급선회하며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16일 수석·보좌관 회의)고 다짐했다. 정부는 소강 국면에도 여전히 남북 당국의 소통 창구 구실을 하는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새 활로를 찾으려 모색하고 있다.

여러 전직 고위 관계자들은 18일 “한반도 평화 과정이 역진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로 이어지려면 촉진자로서 한국의 자율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그 핵심은 남북관계로 북-미 관계를 견인할 한국의 대미 자율성 확보”라고 조언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평화를 위해 당당한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