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 참가단체 대표들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미국의 유엔사 강화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무용지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안보 현안을 조율하는 고위급 협의체인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제16차 회의가 26∼27일 서울에서 열린다고 국방부가 19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미국이 강한 유감과 실망을 표시한 이후 두 나라의 고위급 안보당국자들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자리여서 주목된다. 한국에선 정석환 국방부 정책실장, 미국에선 하이노 클링크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나선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공조,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미래 한-미동맹 심화·확대 방안 등 양국의 주요 안보 현안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소미아 문제 외에도 최근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발사체 발사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역할 △미군기지 조기 반환 문제 등이 다뤄질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소미아가 복구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거듭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한-일 갈등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일 안보협력 문제가 논의되겠지만 지소미아 문제가 의제로 오를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미국이 지소미아 문제를 꺼내면 우리는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 등 보복 조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경우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하는 적정수준에서 합의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와 관련해선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에 대한 유엔사의 지휘권 문제가 논의될지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유엔사가 한반도 위기관리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유엔사를 주한미군사령부와 분리된 다국적 군사기구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엔사 역할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별도의 협상 테이블이 있는 만큼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2년 4월 설치된 한-미통합국방협의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 한-미 안보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고위급 협의기구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보고된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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