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무소속 서청원 의원으로부터 함박도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2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있는 함박도 관할권 논란과 관련해 ‘함박도는 서해 북방한계선 북쪽에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한반도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함박도 관할권은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국방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함박도는 북한 관할지역인데도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행정주소가 부여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관할권 논란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16일 국방부 대북정책관을 팀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검증팀’을 꾸려 함박도의 위치 등을 확인한 결과, 이 섬이 서해 북방한계선 북쪽 약 700m 지점에 있는 북한 관할 도서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서해 북방한계선 좌표를 연결한 지도상의 선과 실제 위치를 비교한 결과 함박도가 정전협정상 ‘황해도-경기도 경계선' 북쪽 약 1㎞, 북방한계선 북쪽 약 700m 지점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증팀에는 관련 부처 과장과 민간 전문가, 현지 주민 등이 참여했다. 검증팀은 앞으로 함박도가 우리 지적도(주소지)에 등록되고,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함박도 관할권에 대한 유엔사의 공식 입장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19일(현지시각)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함박도는 서해 북방한계선 남쪽에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된 직후 나왔다. <미국의 소리>는 브룩스 전 사령관이 인터뷰에서 “함박도는 서해 북방한계선 남쪽에 있다는 지적이 맞다”며 “다만 서해 북방한계선은 정전협정에 따라 그어진 게 아니라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이 예기치 않은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브룩스 전 사령관은 보도가 나간 뒤 유엔사를 통해 “함박도는 북방한계선 북쪽에 있는 게 맞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브룩스 전 사령관이 착각해서 잘못 이야기했을 수도 있고, 기자가 잘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함박도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북한에 관할권이 넘어갔으나, 최근 등기부등본에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주소로 등록돼 있는 게 밝혀지면서 관할권 논란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함박도는 북방한계선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가 분명하다”며 "행정주소 수정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전협정은 이른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이른바 ‘서해 5도’와 도서군을 제외한 섬들에 대해선 북한의 관할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함박도는 1978년 박정희 정권 당시 ‘미등록 도서 지적공부 등록사업’에 따라 임야대장에 대한민국 국유지로 등록됐다. 1995년에는 행정관할구역이 경기도 강화군에서 지금의 인천광역시 강화군으로 바뀌었다. 국토부와 산림청은 이런 과정에 대해선 특별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함박도 무장화’ 우려에 대해선 “만약 북한군이 함박도를 무장화한다면 안보에 큰 문제가 된다”면서도 “다만 (지금) 북한이 함박도를 무장시키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함박도에 감시초소를 배치하는 정도는 큰 손해는 아니며, 9·19 남북 군사합의 정신에도 큰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함박도의 군사시설에 대해 “감시소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화기라든가 이런 부분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함박도는 섬의 모양이 함지박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면적은 1만9971㎡(약 6천평) 정도로 알려졌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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