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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고요한 함박도…해안포도 방사포도 없었다

등록 2019-09-24 18:12수정 2019-09-24 18:22

함박도와 가장 가까운 말도 관측초소에서 바라보니
일제시대 작성된 지도에도 함박도는 황해도에 속해
“레이더는 군사용이 아니라 일반 어선에 달린 항해용”
지형 울퉁불퉁해 해안포나 방사포 배치하기 힘들어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본 함박도. 철탑과 감시시설, 막사등이 보인다. 강화/사진공동취재단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본 함박도. 철탑과 감시시설, 막사등이 보인다. 강화/사진공동취재단
24일 오전 함박도는 고요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한이 관할해온 이 섬에 최근 남쪽의 행정주소가 부여된 게 알려지면서 불거진 관할권 논란이 닿지 않은 듯 조용했다. 함박도에서 9㎞ 떨어진 말도 관측초소에서 망원경으로 들여다본 함박도에선 해안포도 방사포도 보이지 않았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는 북한 주민들 모습이 이따금 눈에 띄였다.

국방부는 이날 말도 관측초소에서 함박도와 관련한 여러 논란들을 하나하나 풀었다. 함박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있으며, 함박도에 설치된 레이더는 군사용이 아니라 불법조업 감시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함박도는 지형이 험하고 울퉁불퉁해 해안포나 방사포를 설치하기에 적당하지 않고, 실제로 그런 화기가 반입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가 세 종류의 지도를 펼쳤다. 첫번째 지도는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거기에는 함박도가 황해도에 속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두번째 지도는 1953년 정전협정이 맺어질 때 작성된 것으로, 역시 경기도와 황해도 경계선 위에 함박도가 표시돼 있다.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정전협정 체결 당시 도계선 서북쪽 5개 섬을 제외하고는 모두 북한 관할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세번째 지도는 최근 만들어진 2만5000분의 1 축척의 군사지도로, 여기에서도 함박도는 빨간선으로 그어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위치해 있다. 김 정책관은 “1953년 유엔사령관이 12개 좌표로 북방한계선을 설정했는데 이 중 함박도와 가까운 3개 좌표를 찍어 빨간선으로 연결하면 함박도는 북방한계선 700m 북쪽에, 도계선 1㎞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 공무원과 민간전문가, 현지 주민 등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검증팀은 최근 함박도가 북방한계선 북쪽 약 700m 지점에 위치한 북한 관할도서라고 확인한 바 있다.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본 함박도. 국방부는 최근 함박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약 700m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화/사진공동취재단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본 함박도. 국방부는 최근 함박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약 700m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화/사진공동취재단
함박도에는 크게 감시시설과 막사 등 두 가지의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다. 산 정상의 큰 철탑과 옆에 붙은 2층짜리 건물이 감시시설을 구성한다. 거기서 밑으로 내려가면 오른쪽 끝에 건물이 2개 보인다. 병사들이 숙영하는 막사로 추정된다. 국방부 합동정보분석과장은 “산 정상 철탑에는 레이더와 감시장비가 있다”며 “레이더는 군사용이 아니라 일반 상선이나 어선에 달려 있는 항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이더에는 2차원과 3차원 두 종류가 있는데, 저 레이더는 2차원”이라며 “2차원 레이더로는 인천공항과 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를 감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평면을 탐지하는 2차원 레이더로는 앞에 섬이나 다른 지형물이 있으면 뒷면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군 당국은 함박도 레이더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관은 “군사용 레이더라면 저렇게 노출해서 세우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함박도 레이더 탐지거리는 아마 40㎞ 전후일 것”이라며 “유사한 레이더를 보니 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막사는 30명 정도 주거할 수 있는 규모로, 옆에는 온실이 있고, 태양광으로 발전기를 돌린다고 한다.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에서 이장으로 일하는 홍근기씨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 이후 함박도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강화/사진공동취재단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에서 이장으로 일하는 홍근기씨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 이후 함박도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강화/사진공동취재단
함박도에는 해안포나 방사포가 배치돼 있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함박도는 함지박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지명인데, 그만큼 지형이 울퉁불퉁하다”며 “화포를 갖다 놓을 수 있는 장소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숙영시설을 절개지에 만들다보니 평탄화하기 위해 지반지지대가 필요하고, 지반지지대를 여러 개 세우면 사이사이가 구멍으로 보인다”며 “일부 언론이 이를 포문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구멍도 남쪽이 아니라 북쪽을 향하고 있다”며 “이런 점도 해안포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7년 5월부터 함박도를 감시해왔으나, 화포 같은 게 반입된 징후는 전혀 포착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물자 보급을 위해 일주일에 2~3회 연락선을 운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도는 강화도 남단에서 직선거리로 약 25㎞ 떨어져 있다. 헬기로 이동할 경우 약 10분, 외포리 기동대에서 고속단정을 이용하면 40분 정도 걸린다. 말도 앞은 한강 하구 중립구역이다. 강폭은 1.8~9㎞이고 유속은 3~7노트로 매우 빠른 편이다. 하루 2차례 극심한 간만조 현상을 보인다. 간조 때가 되면 3분의 2 이상이 모두 뻘로 드러날 정도다.

말도에서 이장으로 일하는 홍근기(58)씨는 “1970년대부터 함박도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고 여러가지 국가적인 사건들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정책관은 “1973년에 북한이 경비정 수십척을 북방한계선 일대에 투입해 무력시위를 하는 이른바 서해사태가 발생했다”며 “그때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졌고, 그런 상황이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관은 “1950~60년대는 남북한이 북방한계선을 크게 통제하지 않다보니 간혹 우리 주민들이 함박도에 들어간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때도 소형 목선을 타거나 헤엄쳐 넘어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화/공동취재단,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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