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 하에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1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에서 발사체가 화염을 뿜으며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일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는 준중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북한은 지난 5월4일 이후로 10차례에 걸쳐 단거리 발사체를 쏘았지만, 사거리가 1000~3000㎞로 추정되는 준중거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는 처음이다.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발사체의 수위를 높인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늘 오전 7시11분께 북한이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미상의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북극성 계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사거리는 약 450㎞로 탐지됐다. 북극성 계열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합참은 “추가적인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며 “우리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하여 관련 동향을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3년여 만이다. 북한은 2016년 8월25일 ‘북극성-1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약 500㎞를 날아갔다. 이후 북한은 성능을 개량한 ‘북극성-3형’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북한의 최근 잠수함 전력 증강 행보와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잠수함과 잠수정 등 70여척으로 구성된 수중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신포급(고래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된 잠수함을 시찰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북한이 신포급 잠수함보다 큰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청와대는 오전 7시50분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지도통신망을 통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이 이번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밀분석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임위원들은 북한이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북-미가 오는 5일 실무협상을 열기로 했다”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발표가 나온 뒤 이뤄진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앞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모든 나라는 자기방어 주권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비핵화 협상과 국방력 강화는 별개이니, 우리도 할 일을 하면서 대화하겠다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에도 미국에 대화 용의를 표명한 지 10시간도 채 안 돼 10번째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린 바 있다.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은 그동안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으나, 이번 발사체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어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모든 종류의 발사를 금지한 유엔 결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경우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이날 발사는 전날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스텔스 전투기 F-35A가 공개된 것 등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은 앞서 이뤄진 발사에서도 이 전투기를 언급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는 F-35A를 비롯해 육·해·공군이 운용 중인 다양한 전략무기들이 공개됐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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