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며 <조선중앙통신>이 3일 공개한 사진. 미사일이 발사되는 곳 근처에 선박(붉은 원)이 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수중발사대가 설치된 바지선을 끌고 온 견인선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3일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 현장을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초강수로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압박하면서도 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일대 사변’이라는 제목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019년 10월2일 오전 조선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 대해선 “김정은 동지께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하여 시험발사에 참가한 국방과학연구 단위들에 뜨겁고 열렬한 축하를 보내시었다”고만 전했다. 통신이 이날 누리집에 공개한 발사 현장 사진에도 김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불참은 북극성-3형이 함축한 위협의 강도를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사거리가 2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미사일이 실제로 잠수함이라는 은밀한 투발수단과 결합할 경우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압박을 위험수위 밑까지 밀어붙이는 현장에서 빠짐으로써 임박한 북-미 협상에 끼칠 영향을 제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이후 열 차례에 걸쳐 진행된 신형 전술무기 시험발사 현장은 모두 참관했다.
통신은 “시험발사를 통하여 새로 설계된 탄도탄의 핵심 전술기술적 지표들이 과학기술적으로 확증되었으며 시험발사는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사소한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가 자위권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역시 위협의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이번 시험을 고각발사로 진행해 사거리를 줄인 것과도 통한다. 통신은 “이번 시험발사의 성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외부세력의 위협을 억제하고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을 더한층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한 중대한 성과”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번 발사가 북한이 북-미 협상 일정을 공개한 지 13시간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미 협상과 동시에 자위적 군사력을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무기를 계속 현대화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뤄질 잠수함 시험발사 때는 김 위원장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통신은 북극성-3형 발사 모습이 담긴 사진도 여럿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머리 부분이 뭉툭한 원통형 미사일이 수면 위로 치솟는 모습이 나온다. 미사일이 발사된 곳 바로 옆에는 선박 한 척이 떠 있다. 수중발사대가 설치된 바지선을 끌고 온 견인선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잠수함 시험발사에 앞서 수중발사대에서 사출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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