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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남북 ‘동포애’ 화두로 ‘제재’ 넘어 지속가능한 교류 뚫어야죠”

등록 2019-10-07 20:34수정 2019-10-07 20:39

[짬] 우리민족서로돕기 홍상영 사무총장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지난 4일 서울 마포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지난 4일 서울 마포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남북 관계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지난달 초 대표적인 대북 인도지원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하 우리민족) 사무총장에 취임한 홍상영 총장의 다짐이다. 홍 총장은 “1997년 3월 우리민족 출범 소식을 듣고 경남에서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서울에 와서는 우리민족 간사로 대북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대학에 입학한 그는 지역 시민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대북지원활동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라는 초기 우려와 달리 부장·부국장·사무국장 등을 거치며 그는 22년간 우리민족을 지켜오고 있다.

‘우리민족 선장’ 취임 한 달을 맞아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홍 총장을 지난 4일 서울 마포에 있는 우리민족 사무처에서 만났다.

1997년 ‘우리민족’ 출범 때부터 활동
“대북 인도적 지원 얼마나 계속될까”
초기 우려 딛고 22년째 대표단체로
간사·사무국장 거쳐 총장 취임 한달

개풍양묘장 개보수·어린이 치료 등
유엔·미국 제재 면제로 돌파구 모색

총장은 요즘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물론 꽉 막힌 남북관계 탓이다. 우리민족의 출범 초기인 1990년대 후반엔 인도적 대북지원단체가 큰몫을 했다. 분단과 전쟁의 영향으로 반목·대립해온 남북한 사이에 ‘동포애’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 덕분에 남북이 다시 소통하고 2000년 분단 이후 최초로 ‘6·15 정상회담’이 열리는 데도 일조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잃어버린 9년’을 지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남북 대화가 실종된 한반도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이 계속 됐고, 북한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도 2006년 제1718호부터 2017년 제2375호까지 점차 강화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무엇보다 유엔제재 탓에 대북지원단체들조차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홍 총장은 “대북지원단체들은 지금도 1990년대처럼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무엇보다 유엔 제재의 변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실 ‘유엔 대북제재’와 ‘북핵 문제’는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 말은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유엔 대북제재도 풀리기 어렵겠지만, 반대로 유엔 제재가 꿈쩍도 않는다면 북핵 문제도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도 대북제재 탓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게 여의치 않다. 따라서 그는 “유엔 대북제재의 변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은 크게 보아 남북관계 해결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민족은 지난해 11월 방북 때 북한과 합의한 개풍양묘장 개·보수 협력사업과 어린이심장병 치료 협력사업에 대해 유엔 제재 면제 판정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홍 총장은 “개풍양묘장 사업 지원은 온실물자·태양광발전기·트렉터 등 152개 품목 중 약 80%가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해 유엔 제재 위원회와 계속 논의중”이라고 했다. 그는 어린이심장병 치료 협력사업도 처음에는 인공호흡기·심장초음파기계·심혈관조형장비 등 관련 의료장비가 제재에 해당하는 품목이라고 생각해서 면제 신청을 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정부에서 면밀하게 검토해보니 유엔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물품을 바로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미국의 독자 제재에 해당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총장은 “인도지원사업 물품의 대북 면제를 추진하는 또다른 북민협(대북지원민간단체협의회) 회원 단체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어린이어깨동무·경남통일협력회 등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 제재가 완화·해소된 뒤의 남북협력 새 모델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국 변수’ 때문이다. “몇달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여행상품이 굉장히 많아지고 내용도 다양해져 놀랐습니다.” 중국은 지난 6월말 시진핑 주석의 방북 뒤 “관광객 100만명을 북한에 보내겠다”는 등 다양한 대북 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동북3성의 여러 기업들도 대북 제재 이후 투자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홍 총장은 “새 모델은 북한의 시장경제 확산을 염두에 둔 협력모델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남쪽 단체들이 가령 제약공장 등의 가동에 초점을 맞춰 마중물 정도만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제약공장이 생산한 약품들을 시장에서 팔아 수익을 낸 뒤, 다시 재투자하는 ‘가동 이후’ 상황까지 지속가능한 협력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 총장은 이런 노력을 대북지원단체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차원의 기구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여전히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하지만, 홍 총장을 비롯한 우리민족 사무처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여전히 뜨겁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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