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분관계에 기초해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2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밝혔다.
김계관 고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된 ‘담화’에서 “며칠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를 만나 뵙고 대외사업 현안들을 보고드렸을 때 위원장 동지께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하셨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고문은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며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내용 측면에서 ‘미국의 지혜로운 연말 보내기’에 대한 기대는, 김정은 위원장이 4월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미국의 새로운 계산법’) 마련을 전제로 “미국이 3차 수뇌회담을 하자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 밝힌 기본방침의 재확인이다. 김 고문 담화의 알짬은 올해 안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다. 김 고문이 “며칠 전 위원장 동지를 만나 뵙고”라고 부러 강조한 대목은, 이 담화가 김 위원장의 ‘뜻’을 대신 전하는 것임을 방증한다. ‘충분한 실무협상 우선’을 강조하는 미국 쪽과 접근법 차이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고문의 담화와 관련해 “(북-미) 정상 간 신뢰 표명이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고문의 담화는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 “웅대한 작전”을 구상했다는 <노동신문> 16일 보도 이후 북-미 협상 관련 첫 대외 신호 발신이다. 더구나 북쪽이 ‘결렬’이라 표현한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직후 김명길 수석대표와 외무성 대변인 담화(이상 6일)보다 대미 태도가 한결 부드럽다. 김 수석대표는 “미국이 문제를 풀 생각이 없어 매우 불쾌”하다고 했고,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했다. 김 고문도 “문제는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 대조선정책 작성자들이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는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의사와 멀다”고 단서를 달았다.
요컨대 김계관 담화의 초점은 북·미 정상의 ‘친분관계’를 동력으로 한 ‘톱다운’(정상 주도) 방식 대화와 돌파에 맞춰져 있다. 다만 북쪽이 이른 시일 안에 2차 북-미 실무협상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이전에 1~2차례 (북-미) 실무협상 개최 가능성이 있다”며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북-미 관계 등 한반도 정세 향방의)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제훈 노지원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