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월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탄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에 반환한 이후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게 될 이른바 ‘미래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를 지금의 ’한반도 유사시’에서 ‘북한에 의한 미국의 위협’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런 대응이 자칫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와 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의 연합방위 및 위기관리체제를 규정한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개정을 협의하고 있다. 각서는 국지전 발발 등 평시 위기 상황에서 연합사의 대응 지침을 담은 문서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로 국한한 지금의 문구를 ‘한반도 유사시와 북한에 의한 미국의 위협’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는 1994년 평시작전권이 한국군에 넘어간 이후 ‘연합권 위임사항’(CODA)으로 규정돼 있다. 위기관리를 비롯해 작전계획 수립 및 발전, 연합 연습 등 모두 6개항에 대해 연합사령관이 권한을 행사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시로 이어질 지 판단하는 권한도 연합사령관에게 주어져 있다.
미국의 제안은 미래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를 사실상 미국 본토로까지 확장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이 괌과 알래스카를 포함한 미국 서부를 사정권에 두고 있고, 잠수함발사미사일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 개발이 이뤄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는 ‘한반도 유사시’로 표현돼 있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미동맹의 무력억지 범위도 ‘태평양 지역’으로 한정돼 있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의 제안은 위기관리 시점부터 미국 본토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상정하자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의 대응 범위가 태평양에서 미국 본토로 확장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를 미국 본토로까지 확장할 경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미국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미국이 선제타격 필요성을 제기할 경우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의한 미국의 위협’이 모호해 위협의 실체를 놓고 한-미 간에 이견에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제안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 한국에 더 많은 동맹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통한다. 일각에선 이런 ‘동맹의 대칭성’에 대한 요구가 향후 한국군의 분쟁지역 파병 요구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위협에 대한 동맹의 기여가 강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미국의 군사작전 영역에까지 한국이 끌려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봉쇄를 겨냥한 미국의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의 역할 확대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전작권 전환 이후 미국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해외 분쟁지역에 우리 군을 보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m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