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오른쪽)이 1월18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한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14일 “미국 국방장관의 (합동군사연습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이런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고 싶으며 조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쪽의 긍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담화’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조미 협상의 진전을 위해 미국 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조정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유의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외교가 무엇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더 많게든 더 적게든 훈련 태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쪽의 긍정적 노력의 일환’이라는 적극적 해석은, 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는 담화 직후에 나온 것이다. 두 담화 모두 미국 쪽의 움직임을 근거로 ‘대화 신호’를 발신한 것인데, 추가 북-미 실무협상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흐름으로 보인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 국방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나는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만일 이것이 우리의 천진한 해석으로 그치고 우리를 자극하는 적대적 도발이 끝끝내 강행된다면 우리는 부득불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응징으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위원장은 “그(에스퍼 장관)가 이러한 결심을 남조선 당국과 사전에 합의하고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남조선 정계를 아무리 둘러봐도 이런 현명한 용단을 내릴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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