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1945년 광복 이후 한국과 일본이 맺은 첫 군사협정으로 종료(23일 0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위 사진은 2016년 11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지소미아를 체결하는 모습. 아래는 지난 8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담은 공문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23일 0시가 지나면 ‘두 나라가 맺은 최초의 군사협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안보상 이유를 들어 수출 규제에 나서자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펼쳐진 이번 논란은 미국이 막판까지 한국에 대해 지소미아 유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을 흔드는 태풍으로 발전했다.
■ 체결부터 졸속 논란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22일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결정했다. 일본이 식민지배의 역사적 청산을 둘러싼 문제를 느닷없이 안보 영역으로 끌어들인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문 대통령은 19일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도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일본이 ‘안보상 이유’를 들어 취한 수출 규제 조처의 부당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안보상으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은 모순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지소미아는 태생적으로 논란의 요소가 많았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6월 국무회의에서 몰래 지소미아를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과 시민단체, 여론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협정 서명이 취소됐다. 박근혜 정부는 지소미아 체결을 다시 추진했으나 역시 졸속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1월 초 도쿄에서 과장급 실무협의를 두차례 한 뒤 2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하루 만에 서명까지 끝냈다.
미국은 당시 한·일 두 나라에 여러 경로로 지소미아 체결을 주문했다. 2016년 4월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연내에 지소미아를 체결할 것을 요청했고,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된 직후인 그해 8월에는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미사일 방어를 위한 다국적 정보공조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소미아는 사실 미국의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미국은 왜 지소미아 유지를 원하나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한-미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정부는 미국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수시로 협의했고 미국도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설명했으나, 미국은 종료 결정 이후부터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강한 실망과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의 결정에 미국이 이토록 집요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하고, 이를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지난 6월 미 국방부가 펴낸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보 유지의 핵심이라고 명시했다. “지소미아 종료로 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발언은 이런 미국의 속내를 드러낸다. 애초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포장됐던 지소미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지소미아는 한국을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진영’에 묶어두는 상징이자, 향후 ‘한·미·일 군사동맹’과 미사일방어체제(MD) 동참으로 진전시키는 주요한 입구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미·일 협력은?
정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한·미·일 안보협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 대통령은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과 안보상 협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2014년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이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한-일 지소미아 체결이 무산되자 미국이 대안으로 내놓은 이 약정은 미국을 매개로 한·일이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체결된 이후 지금까지 32건의 정보공유가 이뤄졌는데, 대부분 일본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소미아가 한국에 그렇게 절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로 인한 득실은 군사적 측면과 외교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