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찰기들이 최근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드래건 레이디’로 불리는 정찰기 U-2S가 착륙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시한으로 통보한 연말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군 정찰기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잇따라 ‘공개작전’을 펼치고 있다. 은밀하게 이뤄져야 할 정찰비행을 사실상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국 공군의 지상감시정찰기 E-8C ‘조인트 스타즈’가 이날 한반도 8.8㎞ 상공에서 작전비행을 실시했다. 이 정찰기는 지난달 27일에도 한반도 상공에 출동한 바 있다. 이어 미국 공군에 2대가 배치된 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 1대가 수도권 9㎞ 상공에서 식별됐다. 지상의 목표물을 감시하는 E-8C와 전자파 등을 수집하는 RC-135U가 한 날에 연이어 출동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2일에는 RC-135W ‘리벳 조인트’, 지난달 30일과 28일에는 각각 U-2S ‘드래건 레이디’와 EP-3E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미국의 정찰비행은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에서 정찰기 종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통상 은밀하게 이뤄지는 정찰비행의 패턴에 들어맞지 않는다. 군용기, 특히 정찰기의 경우 스스로 식별 신호를 발신하지 않는 한 민간 수준에선 종류를 파악할 수 없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정찰기들이 의도적으로 식별 신호를 내보내면서 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토록 집중적으로 정찰비행을 하면서 정찰기 종류를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찰기들이 이런 공개비행은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등 군사적 움직임을 감시하면서 동시에 자제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북한의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군사적 동향은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면밀히 감시되고 있다”며 “미국의 잇딴 정찰비행은 이를 보강하면서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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