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영국 왓퍼드의 그로브 호텔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실무오찬에 참석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5일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로켓맨’이라고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사용 발언과 비유 호칭이 즉흥적으로 불쑥 튀여나온 실언이였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대꾸했다.
최 부상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외무성 역시 최대로 예민한 시기에 부적절하게 내뱉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감을 자제할수 없다”며 이렇게 밝히고 “바로 2년 전 대양 건너 설전이 오가던 때를 련상시키는 표현들을 의도적으로 다시 등장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매우 위험한 도전으로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무력사용 발언과 비유 호칭이 다시 등장하는가를 지켜볼 것”이라며 “만약, 만약 그러한 표현들이 다시 등장하여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도발이였다는것이 재확인될 경우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최 부상의 담화는 “만약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그 어떤 무력을 사용한다면 우리 역시 임의의 수준에서 신속한 상응행동을 가할 것”이라는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의 전날 담화에 이어 나온 것이다. ‘신속한 무력 상응행동’을 강조한 박 총참모장과 달리 ‘폭언 맞대응시작’을 경고한 것은 북-미 협상의 틀을 깨지 않으려는 외무성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일(현지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영국에서 북한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로켓맨’은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7년 하반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조롱하며 썼던 말이다. 최 부상은 “우리가 더욱더 기분 나쁜 것은 공화국의 최고 존엄에 대해 정중성을 잃고 감히 비유법을 망탕 쓴 것”이라며 “이로 하여 미국과 미국인들에 대한 우리 인민들의 증오는 격파를 일으키며 더한층 달아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부상은 “지금과 같은 위기일발의 시기에 의도적으로 또다시 대결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슬쩍 ‘늙다리’라고 불렀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자,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우리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여 아직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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