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주한미군 기지 반환’ 관련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과 미국이 오랫동안 폐쇄된 채 방치된 원주와 부평, 동두천에 있는 4곳의 미군기지를 즉각 한국에 반환하고, 오염정화 책임 문제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용산 미군기지를 한국에 돌려주기 위한 본격적인 절차도 바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11일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소파(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미군기지 반환 원칙에 합의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국방부와 외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미국이 이번에 즉각 반환하기로 한 미군기지는 원주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부평 ‘캠프 마켓’, 동두천 ‘캠프 호비’ 사격장 등 4곳이다. 이들 기지는 2009년 3월부터 2011년 10월 사이에 폐쇄됐으나 오염정화 기준 및 책임을 둘러싼 한-미 간의 이견으로 지금까지 반환이 지연돼왔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에선 오염 확산 가능성과 개발계획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민들의 민원과 조기 반환 요청이 제기돼왔다.
지난 4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미군기지 ‘캠프 마켓’ 일대가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일본군이 중국 진출을 위해 만든 ‘육군조병창’ 유적이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들 기지를 돌려받으면서 △오염정화 책임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하는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소파 관련 문서 개정 가능성에 대한 협의 지속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오염정화 책임 문제는 오랜 협의가 필요한데 반해, 기지 반환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여서 이런 ‘조건부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한-미 간에 오염정화 책임을 둘러싼 협의가 장기간 공전하면서 기지 반환 자체가 지연돼 미국과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협의를 종결했다”며 “이번에는 협의의 문을 계속 열어놓고 기지를 반환받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용산기지 반환 절차 개시는 용산이 외국군 주둔지로서의 시대를 마감하고, 주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첫발을 뗐다는 의미를 지닌다. 용산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주요 전쟁기에 외국군이 주둔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거점으로 이용됐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했다. 이번 합의로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용산공원 조성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주한미군사령부 인원 및 시설 대부분이 이미 평택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용산공원 조성 계획이 과도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반환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미군기지를 반환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정부는 이번에 반환 절차를 개시하기로 한 용산기지를 비롯해 미군 이전으로 폐쇄됐거나 폐쇄될 예정인 나머지 미군기지들에 대해서도 환경문제 관련 협의를 계속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반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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