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촬영된 북한 동창리 위성사진.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수직 엔진시험대 인근의 연료·산화제 저장고 옆에 길이 10m의 트럭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내년에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16일 공개한 ‘2020 국방정책 환경 전망 및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내다봤다. 북한이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은 군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으나,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가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국방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의 군사적 압박을 견제하기 위해 보복능력을 신뢰성 있게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전망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머리가 뭉툭한 점에 주목해, 여러 개의 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형상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목표 지점 상공에서 3~10개의 탄두가 분리되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요격하기가 쉽지 않은 무기체계다.
국방연구원은 또 “북한이 미국의 더욱 큰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방향으로 부분적으로나마 협상이 진전된다면 북한은 제한된 수준의 핵무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긴장 완화 국면을 지속하기 위해 남북 간 군비통제의 심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군사훈련 상호 통보 및 사찰 등 군사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북한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국방연구원은 덧붙였다.
국방부는 북한이 지난 13일 동창리에서 두 번째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현 상황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하고 “한·미는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동창리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 대한 추적, 감시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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