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국립 연변가무단 함순녀 부단장
지난 18일 서울 추계예술대 콘서트홀 입구에서 함순녀 국립연변가무단 부단장이 이날 열리는 무용공연 <해란강의 여령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보근 선임기자
‘해란강 여령(요정)들’ 무대 큰 호응
“남과 북 무용사 담은 공연 만들어
교류하면 무용 세계화 앞당길 것
우리 사이 같음·다름 배우고 느껴야” 작년 전국인민대표자회의 대표 선출도 그는 그곳에서 중국 학생들과 함께 현대무용과 고전무용을 익혔다. 1997년에는 남한 국립극장에서 연수를 하며 한국무용을 접했다. 그는 남북·조선족·중국 무용을 섭렵한 다양한 활동이 평가돼 2018년 전국인민대표자회의 대표(한국의 국회의원)에 선출되기도 했다. 실제로 남북·재중·재일 동포들의 무용 교류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서로를 변화시킨다. 이는 ‘해란강의 여령들’ 1부와 2부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기자가 보기에, 남한과의 교류 없이 북한과만 교류했던 1970~80년대 연변 조선민족무용(제1부)에서는 북한의 영향이 적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남한과의 교류가 시작되고 중국의 세계화가 추진된 2000년대 이후 작품(제2부)은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도 “제1부의 작품들이 토장(된장국) 냄새 나는 품격을 지녔다면, 2부는 글로벌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교류를 통해 새로움을 창조해냈다고 본다”고 평했다. 그는 남북·재중·재일동포의 춤 교류가 본격화하면 ‘세계에 통할 새로운 춤’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재중·재일동포의 춤은 우리 민족이라는 바탕 위에 자본주의·사회주의·중국·일본 등 각자가 처한 조건에 대응하여 ‘창조적 전환’을 이루었다. 같은 민족이 이렇게 각각 다른 조건에 처해 ‘창조적 전환’을 이룬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함 부단장은 “우리 사이의 같음과 다름을 서로가 느끼고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 속에서 또다시 변화하고 발전한 우리 민족춤의 공통분모를 발견해낸다면 그것이 곧 세계적인 춤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연변가무단의 서울 공연은 이런 미래를 미리 내다본 비영리 문화기획단체 예연재(대표 정혜진)와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한국민족춤협회(이사장 장순향)의 도움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조선(북한) 무용의 역사와 한국 무용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연들까지 만들어져 서로 교류한다면 우리 춤 세계화의 꿈이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 모두와 교류하는 연변가무단의 이번 공연 <해란강의 여령들>이 그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란강의 요정뿐 아니라, 한강의 요정들과 대동강의 요정들까지 한 자리에 모이자는 함 부단장의 소망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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