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미정책과 전략무기 개발을 언급한 대목에서 나온 것이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곧 멀지 않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는 “우리의 외부환경이 병진의 길을 걸을 때에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기 위한 투쟁을 벌리고 있는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힌 대목에서 나온다. “여전히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라는 것이다. 이 무기가 핵억제력 강화와 관련돼 있음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은 이른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시기를 못 박진 않았지만, ‘곧 멀지 않아’라고 거듭 강조함으로써 전략무기 공개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이 직접 예고했다는 점에서 임박감의 무게가 다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행동으로 옮겨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며 “다음달을 넘기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 국방부는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지나가자 김 위원장의 생일(1월8일)을 새로운 시점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바 있다.
새로운 전략무기 앞에는 ‘보유하게 될’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과는 다른 무기이거나 성능을 대폭 개량한 것임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지난 7일과 13일 동창리에서 진행한 ‘중대한 시험’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북한은 당시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 2단 엔진을 시험했고, 이는 이 엔진을 장착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2017년 11월 시험한 ‘화성-15형’에 장착한 이른바 ‘백두산 엔진’을 개량해 다탄두를 발사할 수 있도록 출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백두산 엔진은 화성-15형의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급하게 개발한 것”이라며 “이번에 이 엔진의 1단과 2단을 모두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표 지점 상공에서 여러 개의 탄두가 분리되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화성-15형이 고출력 2단 엔진을 장착한 다탄두로 개량되면 위협의 강도가 훨씬 세진다. 박정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두번째 엔진 시험 이튿날 낸 담화에서 “시험에 쓰인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선으로 그어놓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로 미국의 반응을 재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0월 수중발사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쏘아 올린 바 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수중전략탄도탄’이라고 부른다. 북한이 이번엔 실제로 잠수함에서 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다탄두를 장착한 개량형을 쏘아 올릴 수 있다. 미사일을 탑재한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는 것도 핵억제력으로서 전략적 의미를 띤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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