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019년 7월31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선중앙텔레비전>이 공개한 것으로 발사대(붉은 원)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7월31일과 8월2일 두 차례에 걸쳐 발사했다고 밝힌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가 실제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었을 것으로 군 당국이 보고 있는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북한은 당시 공식 매체를 통해 발사 장면을 공개했지만, 이례적으로 모자이크 처리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실제로는 방사포 대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을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이들 발사체에 각각 ‘19-2’와 ‘19-3’ 미상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이 자체적으로 북한의 무기 체계에 이러한 종류의 ‘분류 코드’를 부여한 게 알려지기는 처음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모두 13차례에 걸쳐 <조선중앙텔레비전> 등 공식 매체를 통해 공개한 ‘신형 무기’ 관련 영상·사진 등을 통해 북한의 무기 체계를 식별·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라 군은 북한이 2019년 7월31일과 8월2일 각각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가 실제로는 발사되지 않았고, 대신에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지난해 북한이 공개한 새 무기 시험 발사 관련 영상 등에서 식별한 무기에 한국군 자체적으로 ‘19-1’, ‘19-2’와 같은 형식으로 ‘분류 코드’를 부여했다. ‘19’는 2019년과 같은 발사체 발사 연도를 의미한다. 그 다음에 나오는 숫자는 발사체의 종류에 따른 일련 번호다. 북한 무기 체계에 자체적인 코드명을 붙여 분석 결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여태까지는 한·미 정보당국이 함께 북한 미사일에 ‘KN(Korea, North)-23’과 같은 코드명을 붙였다.
군 당국이 부여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발사체 분류 코드는 2020년 1월 현재 ‘19-1’부터 ‘19-6’까지 모두 여섯 가지다. 북한이 지난해 5월4일 처음 발사해 5월9일, 7월25일, 8월6일 등에도 시험 발사한 미사일에는 ‘19-1 SRBM’(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주장한 이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또는 ‘KN-23’으로 알려져 있다.
‘19-2, 19-3 미상 SRBM’은 북한이 지난해 쏜 다른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같은 종류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7월31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새벽 5시6분과 5시27분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쏜 것을 우리 군이 이지스함 등을 통해 탐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합참 관계자는 “7월25일과 유사한 발사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북한이 공식 매체를 통해 해당 무기를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주장하면서 한·미 정보당국이 방사포를 탄도미사일로 오인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북한 매체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무기가 등장하는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북한이 지난해 8월10일과 16일 두차례에 걸쳐 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 당시 북한이 ‘새 무기’라고 주장한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에는 ‘19-4 SRBM’이란 이름이 붙었다. 북한이 8월24일, 9월10일, 10월31일, 11월28일 시험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19-5 SRBM’으로 분류됐다. 북한이 10월2일 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에는 ‘19-6 SLBM’ 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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