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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호르무즈 봉쇄” 이란의 ‘큰소리’ 뒤에는 이 섬들이 있다

등록 2020-01-26 15:47수정 2020-01-26 16:14

아부무사·툰브섬 놓고 이란-아랍에미리트 다툼
해상통로 봉쇄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
대륙붕 측정의 기준 경제적 가치도 막대
미국-이란 갈등 깊어질수록 긴장도 높아질 듯
지난해 7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뒤)의 주변을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쾌속 경비정이 질주하며 항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을 이란의 <미잔 뉴스>가 촬영했다. 호르무즈 해협/AFP 연합뉴스
지난해 7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뒤)의 주변을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쾌속 경비정이 질주하며 항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을 이란의 <미잔 뉴스>가 촬영했다. 호르무즈 해협/AFP 연합뉴스

정부가 청해부대 왕건함을 파견하기로 한 호르무즈해협은 미국과 이란만 싸우는 곳이 아니다. 거기에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영토 분쟁이라는 ‘해묵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두 나라는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해협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아부무사섬과 툰브섬(대툰브섬과 소툰브섬)의 영유권을 놓고 수십 년째 다투고 있다.

이란이 현재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들 섬은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의 군사적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핵심적인 요충지다. 대형 유조선과 선박이 지나는 해상통로가 이 섬들을 끼고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선박

들이 페르시아만에서 호르무즈해협으로 나갈 때는 툰브섬과 아부무사섬 사이를 지나고, 호르무즈해협에서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갈 때는 툰브섬의 위쪽을 통과해야 한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운운할 수 있는 것도 이들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아부무사섬과 툰브섬은 한때 영국이 관할했다. 걸프 지역에 영향력을 투사한 영국은 1920년대 이들 섬을 손아귀에 쥐었다. 그러다 1968년 철수를 선언하고 이들 섬의 관할권을 과거 이곳을 통치했던 토후국들에게 넘기는 데 이란이 동의하기를 종용했다. 그러나 이란은 18~19세기 이들 토후국이 페르시아에 공물을 바쳤던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했다. 그러다 1971년 11월 토후국들이 연합해 아랍에미리트로 독립하기 직전 아부무사섬에 대해 공동주권을 행사하기로 협정을 맺고, 툰브섬은 군대를 보내 무력으로 점령했다.

1971년 12월 아랍에미리트가 성립한 뒤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란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란은 외려 1992년 아부무사섬에서 아랍에미리트 민간업체 근로자를 모두 내쫓고 “섬을 방문하려면 이란 비자를 발급받으라”고 공표했다. 아부무사섬까지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2012년 당시 이란 대통령이 아부무사섬을 전격 방문하자 아랍에미리트는 “주권을 침탈하는 행위”라며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아부무사섬은 겉보기엔 그저 작은 섬일 뿐이다. 12㎢의 면적에 인구는 2038명(2010년 기준)에 불과하다. 작은 항구를 거느리고 있지만, 비행장을 설치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툰브섬은 대부분 황량한 바위로 덮여 있다. 이들 섬의 가치는 호르무즈해협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나온다. 이란 입장에선 호르무즈해협을 오가는 선박들을 통제할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이란의 대륙붕을 측량할 때 기준선이 된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도 크다. 그만큼 해저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유에 대한 권리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이란에 맞서고 있다. 이란이 월등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어 무력 갈등을 자제한 것이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아랍에미리트의 중재 요청을 기각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후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시도했지만, 이란이 협상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란은 애초 아랍에미리트가 이들 섬에 대한 영유권을 가진 적조차 없다며 분쟁 자체를 부정한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의 영유권 분쟁은 호르무즈해협의 위기를 격화할 수 있는 요소다. 이란은 이들 섬을 호르무즈해협을 통제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유지하려 하고, 아랍에미리트는 이런 이란을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통해 제어하려 한다. 아랍에미리트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는 새로운 송유관을 건설하고, 미국의 군사력 배치에 협력하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수록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의 영유권 분쟁도 가열될 수 있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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