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내 구럼비 해안의 폭파 되기 전 모습.
지난 7일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 2명이 철조망을 잘라내고 기지에 들어가는 동안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지에 민간인이 무단으로 침입했는데도 5분대기조가 2시간 가까이 늦게 출동하는 등 상황 조처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제주기지와 상급부대인 3함대사령부에 대한 합동검열을 실시해 이런 문제점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은 경계작전 책임자인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을 보직해임하고, 지휘책임이 있는 3함대사령관(소장) 등 관련자들도 엄중 문책할 계획이다.
활동가 4명은 지난 7일 오후 2시13분 제주기지 철조망을 가로 52㎝, 세로 88㎝ 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냈다. 2명은 장비를 챙겨 돌아가고, 남은 2명만 기지로 들어갔다. 경비초소가 50m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으나, 아무도 이들을 잡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새로 설치한 폐쇄회로 감시체계는 물체의 움직임을 감지해 경고음을 내는 능동형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않았다. 당시 감시병 2명이 폐쇄회로 모니터를 감시하고 있었으나, 이들 역시 무단 침입한 활동가들을 놓쳤다. 감시병 2명이 70여개의 모니터를 살펴야 하는 근무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초소병이 복귀하는 과정에서 철조망이 훼손된 것을 확인했으나, 5분대기조가 바로 출동하지도 않았다. 보고를 받은 당직사관은 기지를 활보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찾아내고서야 5분대기조에 출동을 지시했다. 결국 철조망이 절단되고 2시간 가까이 흐른 뒤에야 5분대기조가 활동가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활동가들은 기지에 무단 침입하기 전 정문 안내실에서 두 차례나 정식 방문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한 활동가가 “부대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당시 안내실 근무자들은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해마다 이날을 전후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집회나 시위가 잦았던 점을 고려하면 안내실 근무자들이 이를 ‘경고’로 받아들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2월 완공된 제주기지는 올해 1월15일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유강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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