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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4·9열사들 뜻살려 미래 대비한 ‘통일백신’ 130여개 키웠죠”

등록 2020-04-08 18:42수정 2020-04-09 21:01

[짬] 4·9통일평화재단 상임이사 김형태 변호사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김형태 4·9통일평화재단 상임이사가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 재심 판결문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보근 기자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김형태 4·9통일평화재단 상임이사가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 재심 판결문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사진 김보근 기자

“지난 10년 동안 시민사회와 함께 ‘통일 백신’ 130여 개를 만들어온 셈입니다.”

4·9통일평화재단의 상임이사 김형태(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재단이 2011년부터 진행해온 시민공모사업 ‘동행’의 성과를 ‘통일 백신’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4·9통일평화재단은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설립했다. 박정희 정권은 1974년 민청학련의 배후세력으로 ‘인혁당 재건위’라는 단체를 고문을 통해 조작한 뒤, 사건 관계자 8명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 18시간 만인 1975년 4월9일 새벽 사형을 집행해버렸다. 이후 2006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되면서 유가족 등이 배상금의 일부를 기부해 재단이 만들어졌고, 재단은 2011년부터 통일평화·민주주의·인권·과거사 부문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과 ‘동행’해왔다. 한해 5천만원, 10~15개 프로젝트를 선정해 지금까지 130여개 사업을 지원했다. 김 상임이사를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유신 사법살인’ 인혁당조작사건 유족들
2006년 ‘재심 무죄’ 배상금으로 ‘재단’
‘동행’ 공모사업 10년째 시민단체 지원
오늘 45주기…올해 13개 사업 선정해

통일·평화 위해 더 많은 단체 연대
“민간 주도 ‘통일 비전’ 불씨 됐으면”

“올해도 민주주의·인권·평화통일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단체들을 여럿 선정했어요.”

4·9 열사들의 45주기 추모기일인 4월9일을 앞두고 과거사 관련 재심 판결문을 살펴보던 김 상임이사는 올해 선정된 사업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모두 55개에 이르는 응모작 중에서 선정된 사업들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앤 핵무기금지조약(TPNW) 연구모임이 낸 ‘핵무기 사용과 사용위협의 불법화에 대한 연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사무직 파견 노동자의 일과 삶 실태조사’, 평택시민재단의 ‘제1회 기지촌여성영화제, 기억과 응답’, 정보인권연구소의 ‘경찰 및 법집행기관의 얼굴인식 감시기술 사용과 인권 문제 연구’ 등 모두 13개다.

그는 “사실 재단도 자체적으로 과거사 문제 등 해결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단은 우선 해마다 혁신계 인사들을 인터뷰해 학술연구 등의 기초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재일동포유학생 및 일본인 사건 재심판결모음집 발간’ 사업,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사업’,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입법 활동’ 등 과거사 중심의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지요.”

김 상임이사는 공모사업을 10년째 계속해 온 이유에 대해 “한반도의 통일·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회단체들과 연대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공모에서 선정된 사업들은 ‘4·9 열사’들이 지금 이 시점에 살아 계셨다면 당연히 했을 활동이다. 전문성을 갖춘 사회단체와 함께 현안을 공유하고 풀어감으로써 우리 사회가 한발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상임이사는 또 “지난 10년간 선정된 사업 목록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현안’과 ‘걸림돌’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현안이었다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해결점을 찾은 사안들은 선정 목록에서 사라지기도 하죠. 그러나 장애인의 탈시설 문제, 인권조례, 외국인 이주 노동자 문제, 정전협정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여서 꾸준히 사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런 문제 해결 노력이 비단 ‘남한 사회의 전진’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공모사업에 선정된 시민사회 활동은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백신과 같은 구실을 한다고 생각해요. 시장경제의 폐해를 경험하지 못한 북쪽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꿈꿀 때, 이 백신이 큰 구실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북쪽의 경제식민지화 등 통일이 그릇된 모습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김 상임이사는 또 이렇게 ‘통일 백신’을 만드는 사회단체들이 많아지면, ‘민간 주도의 통일 구상’이라는 비전의 현실화 가능성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통일·평화 논의가 정부 주도로 흐르고 있고, 그마저도 정부가 지금 북·미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죠. 이럴 때 시민사회가 유의미한 목소리를 내고 감시도 해야 할 텐데, 시민사회의 통일·평화 관련 활동도 크게 약화된 상태이고요. ‘통일 백신’이 점점 많아지면, 민간 중심으로 통일 비전에 대한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 상임이사는 공모사업 10돌을 맞이하면서 “앞으로 ‘통일 백신’ 사업을 해온 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민간 통일 비전을 만드는 사업에서 재단이 코디네이터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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