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의 군사분계선 표지판. 환경운동가 서재철 제공
휴일인 3일 오전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총탄을 발사했다. 의도적 도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늘 아침 7시 41분경 중부전선 아군 지피(GP·감시초소) 에 대해 북측에서 총탄 수 발을 발사했다. 우리측 인원과 장비의 피해는 없다”고 공지했다. 당시 지피 근무자가 총성을 청취하고 확인한 결과 지피 외벽에 총탄 4발의 탄흔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지역은 강원도 철원 3사단 구역 비무장지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총격에 대해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고 사격을 2차례에 걸쳐 10여발씩 발사했다. 군 당국자는 “경고방송은 경고 사격을 먼저 한 뒤 이뤄졌다”고 밝혔다.
군이 대응사격으로 총탄을 20여발씩이나 발사한 것이나 경고방송 없이 사격부터 한 것은 과응대응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당시 현장 지휘관이 적절하게 현장 상황을 판단해 잘 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합참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도발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은 이런 판단의 배경으로 △당시 현장엔 안개가 짙게 깔려 시계가 1㎞ 안팎으로 나쁜 상황인 점 △사고 당시 시간대가 북한 지피 인원이 근무교대 후 화기 장비를 점검하는 시간대와 겹치는 점 △상황 발생 직후 북측 영농지역에선 영농 활동이 평상시와 같이 이뤄지는 점 △지형상 북한 쪽이 남한 쪽보다 표고가 낮고, 북한 쪽 지피가 보유 화기의 유효사거리보다 더 먼 1.5㎞ 이상 떨어져 있어 지형상 도발에 불리한 환경인 점 등을 들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자신들이 유리한 환경을 골라서 하지, 굳이 불리한 환경에서 도발할 이유가 없다”며 우발적 격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남한에서 날린 대북전단을 향해 총격한 것이 우리군 지피에 낙하했을 가능성에 대해 “당시 주변에 대북전단 살포가 없었다”며 부인했다. 북한군은 2014년 10월과 2015년 8월 남한의 대북전단이 북쪽으로 넘어가자 총탄을 발사해 이에 대해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한 전례가 있다.
합참은 이번 총격사건 직후 군 통신선을 통해 북쪽에 재발 방지와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전통문을 보냈으나, 북한은 이날 낮 12시 현재까지 아무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군 당국자가 말했다.
군 당국자는 이번 총격에 대해 “북한의 의도와 관계없이 서로 적대행위를 금지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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