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들이 해안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김봉규 선임기자가 2013년 4월14일 오전 서해 연평도에서 촬영했다. 연평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3일 북한군 초소와 1.8㎞ 떨어진 경기 김포 해병대 해안초소에서 K-6 기관총 오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앞서 3일 북한군 지피에서 오발로 보이는 총격이 발생한 이어 이번엔 우리 쪽에서 오발 사고가 난 것이다. 남북 간 오발사고 위험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상시적인 의사소통 창구 가동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당국자는 20일 “K-6 기관총을 운용하는 부사관이 총기 일일 점검 도중 미끄러지면서 팔꿈치로 총기 후방의 격발기를 잘못 눌러 총탄이 1발 발사됐다”고 말했다. 발사된 총탄은 북한군 초소 쪽으로 날아갔으나 한강 수면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졌다. 유효사거리 1830m, 최대사거리 6765m인 K-6 기관총은 북한군 초소를 겨냥해 거치돼 있지만, 점검 중엔 총구를 아래쪽으로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초소에서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3일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남한 지피(GP·경계초소)에 북한군의 고사총 총탄 4발이 날아드는 아찔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남한 지피는 즉각 30발의 대응사격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당시 북한군의 총격이 의도된 도발이 아니라 실수로 발사된 오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 간 무장 병력이 눈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등에선 이런 의도치 않은 오발 사고가 자칫 오해를 불러 무력충돌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남북 군 당국 간 긴밀한 소통 등을 규정한 ‘9·19 남북 군사합의’의 조속한 이행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남북 군 당국은 2018년 9월 9·19 군사합의를 통해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밝혔으나, 남북관계 악화로 공염불이 된 상태다. 군 당국은 지난 3일 북한 지피의 총격 때도 북한 쪽에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해명 등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남북간 긴장완화와 충돌 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에 따라 당장 남북 군당국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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