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10일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고위급 만찬에 참석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공동취재단
일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뿌리기를 문제삼은 북쪽의 4일 ‘담화’는 두 대목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나는 담화의 주체가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이 담화가 이례적으로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사실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이고,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로 북쪽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인민의 필독 매체’다.
‘김여정 담화’는 올해 들어 새로 나타난 대미·대남 발언 창구다. ‘김여정 담화’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세차례다. 첫 담화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로 3월2일 원산 인근에서 이뤄진 ‘화력타격훈련’ 차원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우려 표명에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적반하장의 극치”라는 비판(3월3일)을 담고 있다. 둘째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한테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하며 “(두 정상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개인적 친분관계를 잘 보여주는 실례”(3월22일)라고 평가했다. 셋 가운데 둘은 남북관계, 나머지 하나는 북-미 정상과 관련한 담화다.
전에 없던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북한 읽기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대리인으로서 대외 발언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남북 정상의 합의 이행을 포함한 남북관계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차례 정상회담(2018년 4월27일, 5월26일, 9월18~20일)에 빠짐없이 배석하는 등, 김 위원장의 ‘최측근’ 구실을 해왔다.
이번 ‘김여정 담화’가 <노동신문> 2면 머리기사로 실린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북쪽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발언을 제외한 고위 인사들의 대남 담화·발언은 거의 예외없이 <노동신문>이 아닌 <조선중앙통신>으로만 공개해왔다. <조선중앙통신>이 외부에만 공개된다면, <노동신문>은 북쪽 일반 인민의 필독 매체다. 세가지 정도를 짚을 수 있다. 첫째, 북쪽 당국이 ‘탈북민의 삐라 살포’를 겨냥한 이번 담화를 내부에 알렸다는 사실이다. 경각심 환기 의도가 읽힌다. 둘째, 최고 권위의 <노동신문> 게재로 담화의 ‘공식적 무게감’을 높였다. 셋째,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이 <노동신문>에 담화가 실릴 만큼 높아졌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식 테이프를 끊으려 할 때 옆에 서 있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