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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강경 발언 수위 높인 북한, ‘3차 행동’ 시기·내용은 여지 남겨

등록 2020-06-17 15:37수정 2020-06-18 02:44

“남 태도 지켜보며 행동” 공언에
김정은 개입 않고 ‘의도된 침묵’
출구 염두에 둔 전략 해석도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한겨레> 자료사진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한겨레> 자료사진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혐오감” “철면피한 궤변” “뿌리 깊은 사대주의” “비굴함과 굴종” “요사스러운 말장난” 등 눈 뜨고 읽기 어려운 막말이 가득하다.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역겹다)”는 제목을 달아 <노동신문> 16일치 2면에 실린 3946자짜리 장문의 개인 담화에서다. 대북전단을 문제삼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4일 담화 이후 2주째 수위를 높여온 대남 강경 발언이 문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으로 표출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자”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수권자”라면서도 문 대통령의 실명을 입에 올리진 않았다.

북한 당국은 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스무돌 기념일인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특사로 보내겠다고 제안했으며, 김 제1부부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조선중앙통신> 기사 형식을 빌려 <노동신문>에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제안하더라도 북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점은, 경험이 많은 원로들이 이미 지적해온 터라 예상 밖의 반응은 아니다. 다만 철저한 비공개를 전제로 한 남북 정상 사이의 특사 교환 협의 사실을 북쪽이 “서푼짜리 광대극”이라고 빈정대며 <노동신문>으로 안팎에 공개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북쪽의 ‘계산’이 깔렸다고 봐야 한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문 대통령 비난, 대북특사 제안 거절 사실 공개는 북쪽이 최근의 대남 강경 기조를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바꿀 생각이 없다는 명확한 의사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적은 역시 적”이라며 “대결의 악순환 속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결심”(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이라던 공언의 연장선이다. 남북관계의 ‘문’을 완전히 닫아걸 수도 있다는 의지의 표현에 가깝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이 “우리가 신성시하는 것 가운데서도 제일 중심 핵인 최고존엄, 우리 위원장 동지”라 일컬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근 사태 관련 발언과 행보는 <노동신문>에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 의도된 ‘침묵’이다. 북쪽이 언젠가 스스로 걸어 잠근 남북관계의 ‘문’을 열고자 할 때를 대비한 여지 두기다. 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직접 주재하지 않은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쪽이 전례없는 막말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극단적인 행동 속에서도 ‘출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북쪽은 개성 공동사무소 폭파 소식을 전한 <노동신문> 2면 머리기사에서 “우리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를 지켜보며 차후 처신, 처사 여부에 따라 연속적인 대적 행동 조치들의 강도와 결행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쪽 대응에 따라 북쪽의 ‘3차 행동’의 내용·시기·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공언이다.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대남 발언’이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스무돌 계기 두차례 대북 공개 발언을 “자기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연설”이라고 비난했다. “속이 메슥메슥”해진다고까지 했다. 문 대통령의 15일 수석보좌관회의 머리발언과 6·15 공동선언 스무돌 기념행사 ‘영상 메시지’를 겨냥한 비난이다.

그는 우선 “(탈북자) 쓰레기들이 저지른 반공화국 삐라 살포 행위와 이를 묵인한 남조선 당국의 처사”로 “북남관계의 기초이며 출발점인 상호 존중과 신뢰를 남측이 작정하고 건드렸다는 데 근본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연설을 겨냥해 “이 순간까지도 남조선 당국자가 외세의 바지가랭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운전자론’이 무색해지는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을 “제 집을 난도질한 강도”에 비유하며,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한테) 구걸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한반도는 아직은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더디더라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으며 나아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호소를 겨냥한 것이다.

전직 고위관계자는 “어려운 순간일수록 상황을 간단명료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당장은 전단살포 금지법 제정 절차에 신속하게 들어가 대북전단 문제를 해소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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