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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폭주하던 북 숨고르기…장관 사퇴·대북전단 엄정대처에 화답?

등록 2020-06-24 15:16수정 2020-06-25 02:13

[뉴스분석]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왜
북, 24일 대남 확성기 철거…삐라 살포 안할 듯
정세균 총리, 전단살포 현장점검으로 화답
통일장관 사퇴·대북전단 엄정대처도 영향
볼턴 통해 문 대통령 대북 진정성 드러나
북, 군사갈등이 경제집중 방해 판단했을 수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고 <노동신문>이 24일치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북쪽은 21일부터 비무장지대 30여곳에 설치하던 대남 확성기 시설도 이날 모두 철거했다. 북쪽이 공언해온 “분노한 인민들의 역대 최대 규모의 무차별 삐라 살포 투쟁”은 당분간은 실행되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4일 담화 이후 위기 국면으로 치닫던 긴장된 남북관계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3일 화상회의로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예비회의를 지도하시였다”며 <노동신문>이 이렇게 전했다. 이 신문은 “당 중앙군사위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 7기 5차 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하였다”고 보도했다. 2012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화상회의’와 ‘예비회의’는 모두 처음이다.

앞서 인민군 총참모부는 17일 ‘대변인 발표’로 △금강산·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 전개 △비무장지대 민경초소(GP) 진출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전단 살포 지원 등 ‘4가지 군사행동’을 예고하며 “빠른 시일 내 당 중앙군사위 비준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 7기 5차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 연구”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다만 신문은 그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달 전 당 중앙군사위 7기 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억제력 강화”(<노동신문> 5월24일치 1면)를 천명한 데 비해 이날은 ‘핵’을 뗀 “전쟁억제력 강화”만을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화상회의에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리병철 동지와 일부 위원들이 참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 외에 유일하게 실명이 거론된 리병철 부위원장은 노동당 부위원장과 군수공업부장을 겸직하는 핵·미사일 개발의 주역이다.

김 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에 따라 ‘김여정 4일 담화’ 이후 강도를 높여오던 북쪽의 대남 강경 기조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듯하다. 실제 이날치 <노동신문>에는 ‘김여정 4일 담화’ 이후 7일치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실린 ‘각계 반향’ 방식의 대남 비난 기사가 한 건도 실리지 않았다.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한 야산 중턱에 설치됐던 대남 확성기가 철거돼 있다.(아래 사진) 위 사진은 전날 같은 곳에서 관측된 대남 확성기 모습. 연합뉴스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한 야산 중턱에 설치됐던 대남 확성기가 철거돼 있다.(아래 사진) 위 사진은 전날 같은 곳에서 관측된 대남 확성기 모습. 연합뉴스
물론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취소한 게 아니라 “보류”한 것이라, 대남 강경 기조를 완전히 접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노동신문> 보도를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지금은 어떤 것도 언급하기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의 대북전단 살포 지역을 현장점검한 사실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에 문재인 대통령이 화답한 셈이다.

다만 북쪽은 이날 밤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명의의 담화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북쪽의 방침이 ‘군사행동 보류’가 아닌 ‘철회’가 되었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도가 넘는 실언”이라며 “자중이 위기극복의 열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사이 모든 직통 연락선 차단”(9일)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16일) 등 최근 북쪽의 대남 강경 행보와 선을 그으며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을 한 이유를 <노동신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당 중앙군사위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라고만 전했다. ‘보류 철회’의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결정 배경을 짚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 스무돌 계기 두차례 대북 발언을 맹비난한 ‘김여정 17일 담화’ 이후 북쪽의 대남 태도·기조에 영향을 끼쳤을 법한 ‘새로운 변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통일부 장관 사퇴다. 김연철 전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며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둘째, 정부·민주당·경기도가 대북전단 살포 “원천봉쇄, 처벌”에 나선 일이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엄정 대처를 거듭 다짐하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해 전단 살포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전단을 살포해온 단체 4곳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이 밖에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회고록 사태가 영향을 끼쳤으리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볼턴의 ‘폭로’는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의 ‘대북 진정성’을 극적으로 드러낸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민군 총참모부가 예고한 ‘4가지 군사행동’이 실행돼 남북한 군의 갈등이 격화하며 ‘9·19 군사합의’가 무력화·파기되는 상황이 ‘경제’에 집중해야 할 북쪽에 좋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을 김 위원장이 했을 수 있다. “경제전선을 기본전선으로 한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을 독려해온 김 위원장은 대북전단 사태 와중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 7기 13차 정치국회의(<노동신문> 7일치 1면)에서도 “탄소하나공업과 카리비료공업 창설, 수도시민 생활 보장”을 역설하는 등 경제·민생 챙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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