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한 야산 중턱에 어제까지 설치돼있었던 대남 확성기가 철거돼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앞서 예고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최전방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한국 정부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정부는 북한이 남쪽을 향한 군사행동 계획의 전면적인 ‘취소’가 아닌 ‘보류’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언제든 다시 태도를 바꿔 군사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판단하며 신중한 모습이다. 북한의 결정에 섣불리 공식 입장을 내기보다는 원칙대로 남북 합의를 준수하며 최근 남북관계 경색의 빌미가 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단호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쪽의) 보도를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남북 간 합의는 지켜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는 별도로 대북전단 살포 등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 이유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미루고 남쪽은 남쪽대로 상대를 향한 전단 살포 금지라는 남북 합의 사항을 엄격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청와대도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기류를 지켜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만 보면 나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매우 조심스럽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건만 갖고 향후에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언급도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일희일비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청와대 쪽은 그동안 정부가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에서 “남북 합의 사항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점을 꼽는 이도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전단에 관해서는 단호하게 단속하겠다는 신호를 낼 것”이라며 “기존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제안한 여러 협력 의제들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일부와 국방부 등을 중심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관리해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군사법원 업무보고와 관련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최전방 지역의 대남 확성기가 철거되는) 그런 움직임을 보고 있다”며 설치·철거 동향도 “실시간으로 다 파악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정 장관은 또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다고 밝힌 데 대해 “(보류가 아니라) 완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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