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4일 유엔군사령부 창설 70돌을 맞아 “대한민국 국방부는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에게 보낸 축하편지에서 유엔사가 “6·25전쟁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전후에는 정전협정 이행·준수 등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실을 강조한 뒤 “앞으로도 유엔사가 한국군과의 긴밀한 공조하에 정전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정 장관은 “한국 합참과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와의 관계를 상호 협력과 존중의 정신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고 한다.
정 장관의 이번 발언은 전작권 전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전작권 전환 뒤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연합사와 미군이 사령관인 유엔사의 역할·기능을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읽힌다. 한 정부 소식통은 “정 장관의 메시지는 넓게 보면 유엔사에 자신들 본연의 역할과 기능인 ‘정전협정 관리’에 충실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연합사와 유엔사, 주한미군사의 역할을) 명확히 ‘선 긋기’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 미군은 유엔군사령관을 비롯해 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이라는 세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지만 향후 한국이 전작권을 돌려받으면 연합사령관은 한국군이 맡게 된다. 일부에선 미군이 주둔국 군대로부터 작전지휘를 받은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전작권이 한국군에 양도된 뒤에도 유엔사를 활용해 전시 작전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미군이 쥐려고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실시한 한-미 연합연습 당시 전작권 전환 뒤 한반도 위기관리에서 유엔사가 담당하게 될 권한과 기능에 대해 두 나라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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