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 김 아무개씨가 통로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연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탈북자 김아무개(24)씨는 철책 밑에 구축된 배수로의 철망 사이를 벌리고 한강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박한기 합참의장이 28일 밝혔다.
박한기 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씨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에는 철망 같은 차단 장치가 없냐’는 질의에 “배수로는 철근이 마름모꼴로 차단돼 있고 그 뒤쪽에는 바퀴 모양으로 된 윤형 철망이 2차로 있다”며 “월북한 사람은 키 163㎝, 몸무게 54㎏의 왜소한 몸집이어서 배수로를 빠져나가기 용이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3년 전 한강으로 탈북한 김씨가 최근 인천 강화도 월미곳의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한강을 빠져나간 뒤 헤엄쳐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
박 의장은 이어 “배수로에는 철망 등 장애물이 있는데, 장애물이 오래되어서 노후화했다. 철망 등이 훼손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가) 장애물을 훼손하지 않고 철망 사이를 벌리고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철책을 점검한다. 매일 점검할 때 이상을 못 느낄 정도로 배수로 철망이 훼손된 흔적이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박 의장은 ‘김씨가 월북하는 장면이 군 감시장비에 찍혔느냐’는 질문에 “감시장비에 희미하게 찍힌 것이 확인되었는데, 정확한 것은 정밀 검증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군은 철책 감시장비로 열상장비(TOD)와 폐회로텔레비전(CCTV), 감시 카메라 등을 운용하고 있다.
박 의장은 또 “경계실패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월북사건이 발생한 한강 하류 지역은 밀물과 썰물이 교차해 물 높이가 수시로 변하는 곳”이라며 경계근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 지역 경계근무의 첫째 임무는 북한에서 우리 지역으로 물길이 형성될 때 적 침투를 차단하는 것이고 두 번째 임무는 북한의 귀순자 발생을 관측하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예기치 않게 물길이, 북한지역으로 밀물이 발생하는 때여서 경계를 간과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당시 만조 때여서 인근 부유물이 많이 떠오르는 시기였다. (김씨가) 월북할 때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머리만 강 밖으로 내놓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럴 경우 부유물과 식별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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