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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한반도에 경항모 · 핵잠수함이 과연 필요한가

등록 2020-08-16 07:09수정 2020-08-16 07:27

[토요판] 뉴스분석
국방중기계획 발표 논란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 발표
5년간 301조 투입 사상 최대 증강
경항모·핵잠수함 등 도입 공식화
한반도 여건과 안 맞는다는 비판

“한반도가 항모인데, 항모도입 비효율”
F-35B 탑재 5조원 사업, 공론화 없어
작전한계 핵잠수함 도입 실효성도 의문
군축 약속 뒤 북한 반대에도 무기 도입
▶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우려했다. 전시작전권 환수, 미-중 갈등 등을 앞세워 군비증강을 당연시하고, 경항모, 핵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들여오는 데 대한 지적이다. 두 무기체계는 한반도 사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군비증강 계획으로 무기체계(꼬리)가 동북아 평화 전체(몸통)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3만t급 경항공모함 개념도. 해군 제공
국방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3만t급 경항공모함 개념도. 해군 제공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했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의 한 구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항구적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현실은 어떨까. 지난 10일 국방부가 내놓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에서는 5년간 301조원 투입이 예고됐다. 감축이 아니다. 연평균 6.1%의 증가다. 이 기간 안에 한국은 일본의 국방비를 추월한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방력은 이미 세계 6위다. 비용만 문제가 아니다. 이번 중기계획에서는 ‘경항모’(경항공모함)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고, 핵잠수함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보수진영조차 “타당성 검증”

경항모, 핵잠수함은 군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군은 두 무기체계가 줄곧 북한의 핵무기, 에스엘비엠(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라는 비대칭 전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전력이라고 주장해왔다. 전투기를 탑재하는 항모는 만재 배수량 기준으로 7만t급 이상은 대형항모, 4만~7만t급은 중형항모, 4만t급 아래는 경항모로 분류한다. 미국은 12척을 운용 중인데 갑판길이만 300m를 넘나드는 대형항모들이다. 대형항모에 비하면 경항모는 크기가 절반 이하다. 중국은 6만7500t급 중형항모 랴오닝함에 이어 동급의 산둥함을 운용 중이다. 2030년까지 대형항모를 포함한 총 4척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이다. 일본도 최근 항모 도입에 열을 올린다. 일본은 ‘이즈모’라고 불리는 2만7000t급 헬리콥터 탑재형 대형수송함정을 2025년까지 경항모로 개조해 배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2018년 12월 일본이 한국 해군 함정에 초계기 위협을 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을 겨냥해 연합초계비행 훈련을 실시하는 등 해군력 증강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해를 침범한 것도 이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항모사업을 항모라 이름조차 붙이지 못했던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우선 중·일과는 작전 여건이 다르다. 일본은 태평양을 직접 면해 있어 해상작전구역이 광활하다. 중국도 해안선만 1만여㎞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나라와 비교해 항모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아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반도와 인근 해역을 보면 청주, 원주 등 기지가 그 자체로 훌륭한 갑판인데 굳이 바다에 항모를 띄울 이유가 없다”며 “특히 항모에 실리는 전투기 F35-B보다 작전반경이 300㎞가량 넓은 F-35A(최대 1100㎞)가 있다는 점에서도 경항모 도입은 비효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비판은 보수진영에서도 나온다. 지난해 10월5일 미국의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다코타 우드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동서해안의 과밀한 전장 환경에 소수 대형 표적(상륙함, 경항모를 뜻함)의 한반도 전개는 매우 나쁜 접근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중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해군 국정감사에서 “(현재 전력으로도) 한반도 전체를 방어하기 충분한데 항모가 왜 필요한가.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모는 현실이 됐다. 경항모라고 해도 항모는 항공모함이다. 미국 항모를 기준으로 할 때의 경항모는 주로 해병대의 강습 및 상륙작전을 지원하지만 한국이 도입할 경항모는 F-35B 등 항공작전 중심의 작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중기계획에서 추산하는 건조 비용은 1조8300억원이다. 하지만 이는 추정일 뿐이다. 2015년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이 의뢰해 작성한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 가능성 검토 연구 보고서’를 보면, 3조1509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는 항모에 탑재할 전투기, 헬기 등의 무기체계는 뺀 금액이다. 중기계획대로라면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운용하는데, 현재 실전 투입이 가능한 수직이착륙기는 1대당 가격이 1억달러가 넘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B가 유일하다. 일본이 2025년까지 이즈모급 2척에 각 20기씩 배치할 것으로 알려진 전투기도 F-35B다. 경항모 사업 사정을 잘 아는 군 출신의 한 인사는 “전투기 세 개의 편대가 기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12대가 경항모에 탑재되고, 나머지 4대는 교육훈련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며 “16대를 기준으로 하면 전투기 구입 비용만 2조를 훌쩍 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헬기 투입 비용까지 더하면 3조원에 육박한다. 10분의 1 정도로 예상되는 관리 비용을 제외하고도 5조원이 넘는 대형사업이다. 그런데도 도입 취지조차 확실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기계획에서는 “초국가, 비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전방위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한반도 인근 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기존 전력으로도 주변국 위협에 대한 억제가 가능한데 경항모로 어떤 작전을 하겠다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며 “경항모 자체가 방어에 취약해 항모를 만들면 오히려 구축함 등 추가적인 전력증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막대한 군비증강이 예상되는 사업인데 공론화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항모 자체가 ‘공격적인 군사력’이라는 점에서 추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탑재가 예상되는 F-35B는 방어용이 아니라 투사용(공격용)이니 항모를 바다에 띄워 작전에 돌입하는 순간 주변국과의 대립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우리가 중국과 군비를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고, 이는 일본과도 마찬가지”라며 “(경항모 등으로) 중국도 우리를 넘보지 못하게 하고, 일본으로부터 독도를 지키면서 북한의 무력도 억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 (무기체계 운용 과정에서) 그 이상의 군사적 긴장에 대해서는 고민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각종 무기체계 도입과 함께 미국의 중국 견제전략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항모 활용 목적으로 도입된 1만4500t급 강습상륙함 독도함. 국방부는 2033년까지 3만t급 경항모를 도입할 예정이다. 해군 제공
경항모 활용 목적으로 도입된 1만4500t급 강습상륙함 독도함. 국방부는 2033년까지 3만t급 경항모를 도입할 예정이다. 해군 제공

평화가 절대적 이익, 결국 외교로 풀어야

설사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경항모, 핵잠수함 등 군비증강을 통해 문제를 풀기 어렵다. 특히 독도, 이어도 등을 둘러싼 중국, 일본과의 갈등은 외교적 해결이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혜정 교수는 “북한이건 중국, 일본이건 우리는 평화가 가져올 절대적인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군비증강보다 문재인 정부의 원래 기조대로 동아시아 평화체제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말하는 ‘해상교통로 보호’ 또한 항모보다는 현재의 구축함과 잠수함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항모는 교통로 확보가 아닌 제공권 장악을 위한 군사력이며 항공모함 단독으로 작전이 가능하지 않다. 항모 방어를 위한 전단이 출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통로 보호에 항모를 쓴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핵에너지를 추진연료로 삼는 핵(추진)잠수함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국방중기계획 안에 ‘핵’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무장 탑재능력과 잠항능력이 향상된 3600t급 및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문구가 존재한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현 단계에서 (핵잠수함이라고) 말하기는 부적절하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별도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호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핵잠수함 건조 또한 경항모처럼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핵잠수함은 2016년 북한이 에스엘비엠 발사에 성공한 직후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에스엘비엠을 탑재한 북 잠수함을 감시, 추적할 수 있는 무기체계로 꼽혀왔다. 북한 디젤잠수함과 비교했을 때 월등하게 긴 잠항능력과 속력 때문이다.

핵잠수함은 이론적으로는 연료공급이 필요하지 않아 물 위로 떠오르지 않고 계속 상대를 감시할 수 있다. 속도도 디젤의 3배 이상이다. 출동 대기 상태인 북한 잠수정의 탐지, 추적 등 작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핵잠수함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하다. 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내 정책싱크탱크 기능을 수행하는 민주연구원에서 2017년 10월 발간한 <이슈브리핑> ‘핵추진 잠수함 5문5답’을 보면 “북한의 에스엘비엠을 억지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기존 잠수함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데도 실효적인 측면에서 핵잠수함은 경항모보다 오히려 더 오랜 논란거리였다. 1대당 1조5000억원 안팎의 비용이 예상되는 고성능의 핵잠수함이 우리 작전구역에 적합한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김동엽 교수는 “고성능의 핵잠수함이라고 해도 상대를 탐지할 수 있는 거리는 10㎞ 이내로 북한 잠수함을 상시적으로 탐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영해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잠수함이 기동하는 것을 미리 탐지해 추적한다고 해도 그 안에 에스엘비엠을 장착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남한을 향할지 선험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자칫 일어나지 않아도 될 분쟁을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잠수함의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핵잠수함은 핵동력장치와 터빈의 감속장치에서 나오는 소음을 끌 수가 없다. 원자로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디젤잠수함이 엔진을 정지하고 은밀하게 기동할 수 있다. 전장의 여건에 따라 어느 잠수함이 유리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디젤 추진 방식의 3000t급 도산 안창호함. 중기계획에서는 이보다 큰 4000t급 핵잠수함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군 제공
디젤 추진 방식의 3000t급 도산 안창호함. 중기계획에서는 이보다 큰 4000t급 핵잠수함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군 제공

역대급 군비증강, 조정 필요

핵잠수함이 갖는 난제는 또 있다. 개발이 순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을 이용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 (원자력이) 이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한-미 원자력협정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다만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한-미 원자력협정과 (핵잠수함은) 완전히 별개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어, 미국과의 사전 조율이 있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핵잠수함에 적극적인 태도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탈핵 기조와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8월15일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한-일 관계를 넘어 남북관계 또는 국정 전반의 성과까지 담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경축사 하루 뒤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7월 김정은 위원장은 최신형 무기 도입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결국 8월11일 한미연합훈련이 시행됐고, 8월14일 291조원 투입을 예고한 국방부 중기계획이 발표됐다. 경항모, 핵잠수함 건조 등 중기계획만 놓고 보면 올해도 지금까지는 상황이 다르지 않다. 정욱식 대표는 “역대급 군비증강을 계속하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정상화하긴 힘들다. 지금이라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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