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우를 추모하며 학교 친구들과 교수진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일병은 1964년 군 복무 중 탈영해 자녀까지 낳고 결혼생활을 하다 1974년 헌병대에 체포됐다. 김 일병은 유치장에 수감된 바로 다음날 구토 및 전신 경련으로 쓰러져 군 통합병원에 응급 이송됐다. 김 일병이 수술을 받았으나 숨지자, 군은 사인을 ‘병사’로 처리했다. 유족들이 구타에 의한 사망 의혹을 제기했으나 진실은 은폐됐다.
김 일병의 억울한 사연은 40여년이 지난 뒤에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로 햇빛을 보게 됐다. 위원회 조사 결과, 군은 김 일병이 헌병대의 폭행으로 두부 손상과 급성 경막하 출혈을 당한 사실을 은폐했다. 당시 담당 군의관은 사망진단서에 ‘외인사’로 기재했으나 이것도 무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인람)가 출범 2년 만인 14일 ‘2020 조사활동보고회’를 열어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위원회의 보고 내용을 보면, 1948년 11월 창군 이래 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 2018년 8월까지 발생한 군 의문사 중 1610건이 접수됐고, 이 중 450건이 조사가 종료됐다.
이들 종료된 450건 중 진상규명으로 의결된 223건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경찰청, 법무부 등에 순직 재심사, 제도 개선, 사망보상금 지급을 통한 구제를 권고했다. 또 703건에 대해서는 본조사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접수 건은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조사가 진행 중이다. 위원회에서 진상 규명한 사건 중에는 군 수사의 축소·은폐뿐 아니라 순직 사실을 유족에게 통지하지 않거나, 기록 오류 또는 제도상 미비로 순직 심사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관련 특별법에 따라 2018년 9월 대통령 소속으로 3년 임기의 조직으로 출범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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