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은 내년 초로 예고된 노동당 8차 대회를 앞두고 올해 경제 목표 등의 달성을 위해 ‘80일 전투’를 벌이기로 결정했다고 6일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대북제재·코로나19·수해라는 ‘3중 재난’에 직면한 정권 수뇌부의 고육책이다.
김 위원장은 5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당중앙위 7기19차 정치국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전개할 데 대한 책임적이며 중대한 결심을 내렸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사회를 본 정치국회의에서는 “당 8차 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올해 연말전투기간인 동시에 당 7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마지막 계선인 만큼 전당적, 전국가적으로 총돌격전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이 “유례없이 엄혹한 올해의 시련과 난관들”이라 강조했듯이, 북한은 장기·고강도 제재에 더해 1월말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폐쇄, 8~9월의 풍수해 등 ‘3중 재난’ 탓에 올해 정한 목표 달성은커녕 경제 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 특유의 노력동원 방식인 ‘속도전’을 결정한 배경이다.
그러나 속도전은 단기 목표 달성에 집중하느라 자원 배분을 왜곡해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심해 북한 경제 기반 훼손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나름의 ‘경제개혁’ 조처를 취해온 김 위원장이 지금껏 속도전을 꺼려온 까닭이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지금껏 ‘○○일 전투’ 식의 속도전은 7차 당대회(2016년 5월6~8일) 앞뒤로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를 연속으로 한 게 유일하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실적으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선택”이라며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적 긴장을 강화하려는 정치사회적 고려가 짙은 결정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노동신문>은 또 김 위원장이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한테 “당과 인민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높은 사업 실적으로 보답하기 바란다”며 “인민군 원수 칭호”를 줬다고 전했다. ‘인민군 원수’는 지금까지 오진우·최광 등 5명만 받았을 정도로 상징성이 강한 칭호다. 리병철·박정천에 대한 원수 칭호 부여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독려하면서 수해 복구에 동원된 인민군의 사기를 진작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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