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철 합참의장이 13일 한-미 군사위원회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합참 제공
한-미 합참의장이 14일 제45차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을 열어, 최근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상황을 공동평가하고 동맹의 연합방위태세 강화 및 역내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합참은 이날 한-미 공동 보도자료를 내어 이렇게 밝혔다. 양국 군대 최고위 인사가 주관하는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이 거론된 것은 이례적이다. 1년 전 44차 회의에선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안보상황’만 언급됐다. 한국을 중국 견제 구도에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일본과 인도,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 외교장관 회의의 정례화를 추진하는 등 반중국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 합참의장은 또 “지역안보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국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44차 회의에 이어 다시 한번 다국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국적 파트너십의 강조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다자 안보체제 구상을 시야에 넣은 포석으로 읽힌다.
반면 합참의 이번 보도자료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회의 땐 보도자료에 “미군 사령관의 지휘에서 한국군 사령관의 지휘로 전환되는 연합군사령부의 효율적인 전작권 전환에 대해 논의했다”고 명시했다.
이번에는 한-미간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제외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애초 한-미는 올해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영능력(FOC) 검증 평가를 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완전운영능력 검증 평가 방식 등을 놓고 의견 충돌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미간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사안”이라며 “이번에 보도자료에서 배제된 건 한-미간 협의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한국에서 원인철 합참의장과 정상화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대리가 대표로 참석했고, 미국에서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람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했다.
한-미 군사위원회는 양국간 동맹 군사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실시하는 연례회의로, 1978년 첫 회의 이래 매년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열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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