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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새롭게 짜일 한반도 ‘협상의 판’…내년 상반기 대비하라

등록 2020-11-09 04:59수정 2020-11-09 06:54

기 고 l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바이든 정부가 외교정책 만들 동안
북 도발 막고 새 협상환경 조성해야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민주주의가 트럼프를 이겼다. 4년 전 트럼프의 당선으로 민주주의는 약점을 드러냈지만, 이번에는 실수를 수정하는 장점을 보였다. 전쟁 같은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민주주의는 법보다 규범으로 지탱한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고비를 넘겼지만, 무너진 규범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외교는 어떨까? 미국은 일방주의에서 다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외교 전문가다. 시진핑을 여러번 만났고 리비아의 카다피나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를 다뤄본 경험도 있다. 북핵 협상의 가능성과 한계를 경험해 보았고,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이해도 높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임기 초에 외교에 신경을 쓰기 어렵다. 지난 4년간 쌓인 미국의 상처를 치유하고, 당장 코로나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바뀌면 장관에서 차관보까지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책 검토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 정치도 달라진다. 앞으로 야당인 공화당은 색깔론을 들고 이념적으로 정부를 공격할 것이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경험이 풍부해서, ‘전략적 인내’와 같은 ‘상황을 따라가는 대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더욱 심해질 정치적 양극화를 고려하면, 대북 정책의 국내정치적 비용을 계산할 수밖에 없다. 효과가 없으면 역풍이 불기 때문에, 북한의 진정성을 먼저 확인하려 할 것이고, 당연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전략의 충돌에서 전략의 일관성으로

트럼프 정부와 바이든 정부의 결정적 차이는 정책 결정 방식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은 그야말로 전략의 충돌이었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면서 동시에 동맹국에도 관세 폭탄을 퍼붓고, 군사훈련에 부정적이면서 군비통제 관련 조약을 파기하며, 북한과 협상을 하면서 양보하지 않는, 앞뒤가 다르고 일관성이 없었다. 전략의 충돌은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비서실장이나 안보보좌관처럼 보이는 자리는 자주 교체했고,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자리는 장기 공석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북 협상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하향식 정책 결정의 장점을 강조하지만, 근거 없는 얘기다. 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이 어울려야지, 하나만 갖고는 어렵다. 협상이란 헐값으로 부동산을 사는 일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하노이 회담처럼 실무 합의를 대통령이 거부하면, 협상은 길을 잃는다. 무의미한 실무협의를 누가 하겠는가? 실무협의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협상은 한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그런 식으로 갈 길을 잃은 현안들이 너무 많았다.

바이든 정부는 전략의 일관성을 추구할 것이다. 실무적 절차를 중시하고, 정책 결정의 과정을 복원하겠다고 한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처럼 실무 합의가 이루어진 현안은 신속하게 매듭을 지을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같은 쟁점은 충분히 실무적 검토를 할 것이다. 인도 태평양 전략은 동맹국의 지원을 얻으면서 지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핵 협상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다. 물론 외교는 대통령의 일이고, 바이든은 외교 전문가다. 실무부처의 의견을 존중하고 부처 간 조율을 강조하겠지만, 결국 백악관이 중요한 외교 안보 현안을 주도할 것이다. 한-미 동맹 현안도 대북 협상도 실무 협의가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정상회담이 더 중요하다.

2013년 12월7일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오른쪽 둘째)이 손녀 피니건과 함께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대장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2013년 12월7일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오른쪽 둘째)이 손녀 피니건과 함께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해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대장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2021년 상반기의 상황관리가 중요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이 만들어지는 2021년 상반기를 잘 보내야 한다. 과거처럼 북한이 인내하지 않고 ‘인정투쟁’에 나선다면, 북-미 관계는 ‘협상의 시간’을 놓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기에, 성과가 불분명한 의제를 우선순위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바이든 정부가 협상을 준비하는 동안,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막고, 새로운 협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중국의 역할이다. 2019년 12월 북한의 ‘성탄절 선물’이 불발에 그친 것은 중국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을 자제시킬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반도는 남·북·미 삼각관계에서 남·북·미·중 사각관계로 전환했다. 바이든 시대 미·중의 전략 경쟁은 일시적으로 속도가 늦추어져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미·중 협력이 필요하다. 미·중의 전략 경쟁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협력을 분리해 내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나아가 남·북·중 삼각관계도 중요해졌다. 북-중 동맹이 강화될수록 북한은 대남정책의 우선순위를 낮출 것이다. 남북관계의 원심력을 구심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둘째는 남북관계의 관리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의 실패 이후, ‘남한을 때려서 미국을 움직인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민주당 정부에서는 대북정책의 한-미 공조가 원활했다는 점을 기억하고, 이제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

물론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어야, ‘작은 교류’라도 시작할 수 있다. 바이든이 인도적 협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정부는 인권과 가치를 중시한다. 한국에서는 북한 인권 하면, 시민·정치적 권리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경제 사회적 권리도 중요하다. 바이든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내부의 변화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안다. 선거 과정에서 한국 언론에 ‘한국계 시민권자의 이산가족 만남’을 약속했다. 이산가족 만남만큼 중요한 인권 문제가 어디에 있겠는가? 재미동포들의 방북은 자연스럽게 북·미 양국의 인적 교류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에는 방역과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이 우선이다. 한·미 양국이 ‘포괄적 인권’ 개선에 공감하기에, 인도 분야의 제재 면제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공공외교의 중요성이다. 미국 내부에서 새로운 북핵 협상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질 것이다. 정책 결정 과정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협의뿐만 아니라, 의원외교와 민간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북핵 해법,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 체제, 미래지향적인 한-미 동맹 등 미국에서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트럼프 4년, 미국은 약점을 드러냈고 세계는 혼란해졌다. 미국도 세계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바이든 정부는 국내의 깊게 파인 상처를 치유하고, 비정상적인 제도를 다시 정상화하며, 세계와 다시 소통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했다. 언제나 파괴는 창조보다 쉽고, 복구는 파괴보다 어렵다. 늙은 말이 길을 찾는다고 했던가? 바이든의 풍부한 경험이 난마처럼 얽힌 세상의 매듭을 풀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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